파리 한 달 살기(Day5)

근데 이제 19개월 아가와 3살 강아지도 데리고

by 승혜

이 이야기는 2023년 8월 15일부터 9월 16일까지 파리에서 보냈던 우리 가족의 기록입니다.





아침나절에 아이가 잔기침을 몇 차례 했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시작하고 하루 종일 쉰 날이 없다. 아이와 강아지를 데리고 하는 여행은 앞서 말했듯 절대 무리 금지이다. 한 달 동안 우리는 단 하루도 아이의 낮잠을 건너뛰거나 무리해서 움직인 날이 없다. 그래서 하루에 딱 한 가지 일정 정도만 소화가 가능했다. 연약한 동행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여행 일정을 길게 잡은 것이기도 하다. 보고 즐길 것이 즐비한 도시를 가족 모두가 느긋하게 즐기려면 어쩌면 필수조건이었던 것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스크린샷 2024-08-09 오후 4.53.46.png 평화로운 하루가 될 줄 알았던 오전


이 날도 하루는 집에서 푹 쉬려고 하다가 오전 시간을 보내고 마음이 바뀌었다.


'아, 너는 집에서 쉬기엔 체력이 제법 팔팔하구나.'


오늘도 날씨는 너무 좋고, 아이도 강아지도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 낮잠 후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첫 번째 행선지는 봉막셰 Le Bon Marché. 파리에서는 백화점에도 강아지가 케이지 없이 그냥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가보기로 했다. 마침 숙소에 아이의 장난감도 살 겸 식품관에 들러서 식재료도 좀 살 겸 나갔지만 장난감 코너만 들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소파에 정신이 팔려서 거기서 구르고 눕고 난리가 났다가, 겨우 끌고 나오니 코너 돌자마자 있는 인형가게에서 또 한 세월을 보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인형가게 앞에서 신나게 춤도 추고 거의 천국을 맛본 표정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자동차 코너에 가서 아이가 애타게 찾는 버스를 하나 샀다. 한국에서의 장난감들을 생각하면 많이 비싼, 그러나 기능은 없는 버스 모형이었지만 아이가 골랐으니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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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마저 흥미로운 파리의 백화점



백화점은 가능하다 하더라도 식품관은 어쩐지 오구랑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 전에 앞에 있는 가드에게 물어봤더니 역시나 식품관은 안된다고 하신다.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가니 웃음을 지으며 남편과 아이에게 아빠와 아들이냐고 정말 닮았다고 해서 웃겼던 기억. (막상 요즘 아이는 자긴 아빠랑 하나도 안 닮았고 엄마랑 닮았다고 굳게 믿는다. 아니야.. 너 아빠랑 닮았어..) 암튼 식품관은 패스하고 바로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다음 행선지인 뤽상부르 공원으로 가는 길에 들르고 싶었던 마린몽타구 Marin Montagut샵에 가서 소듕한 파리 기념품 컵을 샀다. 색다른 파리 기념품을 찾는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파리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제품들이 가득하고, 들어가는 순간 뭐 하나는 사야 되는데 다 사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곳이다. 한국에도 수입이 되기는 하지만 전제품이 수입되는 것은 아니니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골라오는 것도 여행의 재미일 것이다. 이곳 또한 강아지에게 너무나 친절해서 쇼핑을 하는 동안 점원들이 오구를 돌봐줘도 되냐고 먼저 물으시고 다들 친절하게 오구를 예뻐해 주셨다.




FAFBE487-82F3-4E2C-978F-DF2ABAE7E9EA_1_201_a.heic 기념품으로 산 컵 자랑


Marin-montagut-header-accueil.jpg?v=1697619698&width=1160 마린몽타구 샵 내부 전경



지도상으로는 마린몽타구에서 뤽상부르 공원까지는 3분 거리였다. 걸어 걸어 공원에 도착했더니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따로 있었다. 게이뤼삭 Gay-lussac 입구와 옵서버투아 Observatoir 입구 사이가 강아지 허용 공간이라 두 입구 중 하나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덥고 힘들지만 거의 공원 반바퀴를 돌아서 한 20분은 더 걸은 것 같다.




스크린샷 2024-08-10 오후 12.59.38.png 가까운 줄 알았지만 멀고 멀었던 뤽상부르 공원
스크린샷 2024-08-10 오후 12.44.04.png 뤽상부르 공원에서 강아지 출입이 가능한 공간




고생 끝에 입장하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평화롭고 좋았다. 초록 의자에 앉아서 책 읽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그 뒤로 찬란하게 아름다운 풍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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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애와 개를 데리고 간 입장으로서 천천히 앉아서 사색하는 건 불가능했다. 뛰어다니며 안돼, 그거 지지, 오구 짖지 마, 넌 어디가!, 엄마 손 잡고 다니기~ 를 계속 외쳐야 했지만 난 오랫동안 뤽상부르 공원에서의 오후를 꽤나 근사하게 기억할 것 같다. 부산한 우리였지만 그래도 한치의 틈도 없이 즐기고 또 즐겼던 여름 한때.




⬇️이 날의 기록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클릭!⬇️

https://www.youtube.com/shorts/A4q_5USWt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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