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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Oct 07. 2018

민폐 끼치는 아이들과 통제 안하는 부모에 관하여

노키즈존 단상

한 때는 노키즈존에 적극 찬성했다. 아이가 소란을 피울 때 통제하지 않거나 아이 좀 타이르라고 넌지시 이야기할 때 되려 애가 그럴 수도 있죠!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났다. 실제로 싸운 적도 있다. 아이들은 그럴 수 있어도 부모는 그러면 안돼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아이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존재다. 물론 부모의 훈육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는 것은 맞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의 경우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상태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째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아예 외출을 하지 않았다. 외식도 하지 않고 공공장소에 가서도 조금만 투정을 부릴 기미가 보이면 바로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처럼 하지도 않으면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을 보면 화가 났다. 나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너무나도 노력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폐 끼치는 걸 너무도 당당하게 생각하는 것만 같아서 화가 났다. 원래 아이를 키우면 희생해야 하는 게 많은 거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길 바랬어? 하면서.

시간이 흘렀고, 아이가 자랐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부모가 노력해도 안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생각 외로 정말 정말 많았다. 우리 아이들이야 운좋게도 그렇지 않았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불편한 아이들의 경우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거나 욕구 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부모가 애를 써도 통제하기 어려운 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럴 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선택은 결국 한가지 뿐이다. 외출을 하지 않는 것.

사실은 외출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지내왔으니까. 나도 견뎠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또 다른 사실은 모두가 어떤 상황을 견디는데 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집이 쾌적한 환경이어서 굳이 나가지 않고 내내 집에만 있어도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원체 혼자 지내는데 익숙해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아이랑 둘이만 있어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차가 있어서 아이를 데려가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식당을 골라갈 수 있지만, 아이가 그래도 예민하지 않아서 훈육이 가능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다는 것을.

물론 무개념이나 진상 부모 역시 어마 어마하게 많은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훈육의 책임이 있는 것 또한 맞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다.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는 점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므로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식사를 하는 소중한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길 바라는 그 마음은 너무도 정당하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럴 경우 많은 부모들이나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에 버스를 탔는데 어떤 지적 장애를 가진 남성과 그의 어머니가 같이 탄 적이 있었다. 남성 쪽이 계속 나를 바라보면서 이상한 소리(성적인 것은 아니고 틱 증상 비슷한)를 내면서 몸을 흔들었다. 너무 무섭고 불쾌했다. 저 엄마라는 사람은 대체 뭘하는 건가 싶었다. 아니 집에 있던가 택시를 타던가, 왜 버스를 타서 모두에게 민폐야, 라는 생각을 했다. 문득 다 큰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나처럼 흘겨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는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하게 된다. 중간 중간 아들에게 성의없이 하지마 라고 하던, 승차 내내 대부분의 순간을 한숨만 푹푹 내쉬던, 노려보거나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창밖만 바라보던 그녀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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