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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Jun 30. 2019

2019년 상반기 독서 결산

연말에 연간 독서 결산을 몰아서 하다가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상반기만 따로 결산을 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작년의 독서 결산은 12월 초에 했던지라 12월에 읽었던 책은 빠져 있어서 이번에 같이 추가했네요.

평점은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적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재미, 작품성, 대중성, 작가에 대한 호불호가 반영되어서 매우 매우 매우 주관적이라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게다가 페이지 터닝 포인트에서는 5점짜리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던 3, 4 점 책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사실 끝까지 읽은 책 대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고, 낮은 점수를 매긴 책도 읽으며 나름대로 배웠던 점이 있어서 결국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추천도서뿐 아니라 독서 리스트 전체를 공유하는 데에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당연히 말 못 하지만, 그 이상으로 좋은 책이 많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일단 무슨 책이 있는지 알아야 그게 내 스타일인지 아닌지 정도라도 알아보고 읽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데 너무나 많은 책이 알려지지 않고 사라집니다. 그 점이 참 슬펐고, 이러한 책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책을 고를 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유합니다. 좋은 책들이 잘 팔리면 좋은 책이 더 많이 쓰이고, 그러면 우선 독자인 제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서평을 적은 책도 있지만, 안 적은 책도 많습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서평들 대부분 읽은 시점과 서평으로 쓰인 시점이 다릅니다. 물론 다 읽은 직후에 흥분해서(!) 적는 경우도 있지만요. 모두 좋은 책들이고, 나름의 매력을 갖추었기에 추천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책들에게 다소 미안하지만(...) 그래도 일단 추려 보았습니다. 10권으로 줄이는 것은 너무 힘들어서, 일단 베스트 10, 아슬아슬하게 베스트 10에서 탈락한 추가 10 두 가지로 만들어봅니다. ^^;


2019년 상반기 결산



12월에 읽었던 23권을 더해 총 157권을 읽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한 책 20여 권 및 원고용으로 따로 읽고 있는 책들을 더하면 이동진 기자의 셈법으로는 200권 정도가 되겠지만, 아무튼 완독은 157권입니다(테드 창의 숨은 아직 읽는 중이니 정확하게는 156권이네요). 이중 시, 소설을 포함한 픽션이 98권, 논픽션이 59권입니다. 59권도 대부분은 에세이나 르포, 비평, 칼럼 등의 인문과학 서적이라, 장르가 좀 많이 치우친 느낌이 있습니다. 집에 사놓은 벽돌 책들도 얼른 읽어야 할 텐데.... 죽기 전에 읽는다는 마음으로.


추천도서 10권 (번호는 순위와 무관)

1. 눈먼 암살자 1,2 - 마거릿 애트우드
: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은 보통 시녀이야기와 그레이스를 많이 꼽는데, 개인적으로는 눈먼 암살자가 가장 좋았습니다.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장면이 없지만, 매우 슬픈 소설이기도 합니다.




2. 나이트 워치 - 세라 워터스
: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인 <핑거스미스>를 썼던 세라 워터스가 근현대를 배경으로 처음으로 쓴 작품입니다.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을 통해 사랑의 끝과 시작, 방황하는 청춘들의 면모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문장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3.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가장 최근에 읽었지만 단숨에 인생 소설로 등극할 만큼 좋았던 작품입니다. 일상의 순간들에서 경험하는 미묘한 심리가 놀랄 만큼 정확하게 포착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결인 앨리스 먼로나 레이먼드 카버에 비해 젊은 작가라 이야기들이 더 생생하게 와 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4. 디어 라이프 - 앨리스 먼로
: 단편소설의 대가인 앨리스 먼로의 소설 중에서도 대표작입니다. 사실 초반부의 몇 작품을 처음 읽을 때는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정도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후반부 4 작품을 읽은 뒤 열광적인 팬이 되어 그가 쓴 다른 소설을 모두 구해다 읽었습니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미묘한 심리와 감정의 결을 아주 섬세하고 예리하게 잘 그려냅니다.


5. 계속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 개인 취향이 많이 가미되어 황정은의 모든 작품에 5점을 주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하나만 택하라면 <계속해보겠습니다>를 꼽고 싶습니다. 황정은의 세계는 동화적인 동시에 매우 잔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 느껴져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문체가 특이하고 특유의 스타일이 있어 호불호가 꽤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 중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황정은의 팬으로, 작가들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6.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 김영민 교수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구해다 읽어보았는데, 에세이가 이토록 깊이 있을 수 있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 세 권이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베네치아의 종소리에 담긴 이야기들의 진폭이 큽니다.


7. 우리 몸이 세계라면 - 김승섭
: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선생님의 책입니다. 전작인 <아픔이 길이 되려면> 보다 더 깊이 있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알게 됨으로 인하여 괴로워지는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8. 과학 이전의 마음 - 나카야 우키치로
: 과학자의 글이 이렇게 문학적일 수 있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의 과학 에세이인데, 매우 아름답고도 우아합니다. 과학적인 내용이라 지루할 것 같은 예상과 다르게(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혀 지루하지 않겠지만) 매우 잘 읽히는 동시에 전후 일본의 사정 등을 또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습니다.




9. 고기로 태어나서 - 한승태
: 이미 작년에 여러 매체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된 닭, 돼지, 개 농장에서 일한 노동 에세이이자 르포. 동물들이 죽는 내용이니 당연히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경험에 작가 특유의 입담과 개그 감각이 더해져 생각만큼 그렇게 끔찍하거나 슬프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기묘한 재미를 느끼게 되는 대목도 많습니다. 육식에 대한 고민을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 해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10. 경험 수집가의 여행 - 앤드루 솔로몬
: 예술 기자로서 세계 각국의 미술계를 취재하며 작성한 글인데, 제목과 다르게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각국의 사회 정치적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상당히 두껍고 내용이 많아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며 읽다 보면 마치 각국의 현대사를 공부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슬아슬하게 탈락한 10권

1.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하재영
: 개 농장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르포. <고기로 태어나서>와 유사한 결로 식용으로서의 개고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집니다.


2. 분노와 애정 - 도리스 레싱 외
: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앨리스 워커 등 쟁쟁한 여성 작가들이 쓴 육아와 글쓰기에 대한 고민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엄청난 공감과 몰입을 하며 읽었던 책입니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 부담감에 오히려 서평을 적지 못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3.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 소설이란 이러한 것이다, 를 보여주는 작품. 읽다 보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며 온갖 자잘한 디테일과 역사와 연계한 각종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습니다. 역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만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납득하게 되는 소설.




4. 파친코 - 이민진
: 재미동포 작가가 그려낸 재일동포들의 삶.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의 파친코 업계는 재일동포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일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장구한 역사를 4대에 걸쳐 보여주며 이방인으로 사는 것의 고뇌를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한 번 시작하면 밤을 새워 읽게 될 만큼 몰입도가 있습니다.



5. 숨 - 테드 창
: 처음에는 베스트 10에 넣을까 했는데, 실은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앞의 3편을 읽고 정지 상태인데, 일단 그 작품들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납니다. 본래 SF를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상당히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전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곧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6. 부도덕 교육강좌 - 미시마 유키오
: 미시마 유키오의 짧은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인데, 그 특유의 시니컬함과 위악이 합쳐져 매우 재미있습니다. 책 자체의 가치(?)랄까 작품성을 따지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반기 가장 즐겁게 읽었던 책 중 하나입니다.




7. 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 유작인 <사소한 부탁>보다 훨씬 더 좋았던 책. 6년 전 발간되었지만 오늘날까지 유효한 글이 많습니다. 깊이 있는 사유와 독자를 배려한 간결하고도 명료하며 정확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산문들은 가히 글쓰기의 교본으로 삼을만합니다.



8.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 슬라보예 지젝은 이 책만큼 무서운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저 역시 매우 깜짝 놀랐습니다. 무자비하고 잔인한 상황이 동화적인 색채로 거침없이 묘사됩니다. 물론 그 자극성(?) 때문에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것 또한 아직 생각을 다 정리하지 못해 서평을 적지 못했네요.  아스트랄한 표지로 많은 독자를 망설이기 하지만 용기를 내어 읽어볼 만합니다.




9. 혼자서 본 영화 - 정희진
: 자타칭 영화 덕후 정희진의 영화평론집. 정희진 선생님의 글은 논지에 동의 여부를 떠나 그 시각의 신선함에 매번 놀라면서 읽습니다..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우며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0. 인간의 조건 - 한승태
: 한승태 작가가 <고기로 태어나서> 이전에 썼던 노동 에세이. 새우잡이배에서부터 주유소, 편의점 알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온갖 저임금 노동현장을 돌아다니며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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