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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Nov 11. 2018

천재 소설가가 알려주는 글쓰기 비법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고등학생 때 사촌오빠에게 수학과외를 받았다. 오빠는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는데 특히 수학 성적이 탁월했다. 늘 만점이었다. 수학이 약했던지라 과외를 시작하면서 내심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두달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일단 가르치기 스킬이 정말 형편없었다. 본인에게는 너무 쉽고 당연한 것들이다보니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해가 안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름 노력은 하는데 전혀 와닿질 않았다. 그 때부터 어떤 분야에 너무 탁월한 사람들은 가르칠 때에는 오히려 형편없을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전에 어디선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고 뻔한 소리만 해서 실망이라는 평을 본 적이 있었는데,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깜짝 놀랐다. 어마어마하게 재미있었다. 절반 정도는 글쓰기에 얽힌 자전적 회고담인데 이게 정말 정말 재미있었고, 나머지 절반 글쓰기-창작론 및 세세한 팁들에 관한 내용 역시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런 류의 책이 늘 그렇듯이 뻔하고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 말인건 마찬가지지만 잘 쓰는 사람은 무엇이든 잘 쓰는 것이다. 교과서나 교본에 나오는 뻔한 말이나 지루한 내용조차도.

사실 책 자체가 전부 기만에 가깝다. 일단 시작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글쓰기에 대한 책에는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은 오히려 짧다.” 장난하나?? 이 책 350페이지다. 얼마나 두껍냐면 밖에서 딱정벌레 같은게 들어와서 날아다니다가 천장에 붙었는데 그걸 처형하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등딱지가 딱딱해서 일반 휴지 불가)

재미없는 부분을 다 빼라는 부분에서는 좀 웃었는데, 사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좋아하므로 전체적인 스토리는 마음에 들지만 책은 내 기준에서는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읽다보면 뭔가 멀미 나는 기분. 물론 이 책은 에세이라서 그런 부분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약간 특이점을 발견한 것도 있는데(이전까지는 인간 스티븐 킹을 몰랐으므로), 무리카미 하루키와 글쓰는 방식에서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1. 육체를 단련하면서
2. 매일 정해진 분량을 규칙적으로 작업하고
3. 책을 많이 읽고
4.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발견해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하루키가 늘 마음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낸다는 표현을 쓰는데 거의 유사한 이야기였다. 즉 이야기는 창조하는 게 아니라 화석을 발굴하듯이 있는 것을 꺼내는 것이라며)
5. 아내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

흐음...특히 아내(파트너)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하루키와 스티븐 킹은 성격적으로는 전혀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하여간.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솔직하고 간결하게 쓰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가장 궁극적으로는 다른 무엇도 아닌 스스로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써야 한다는 것.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그런 짓은 애완 동물에게 야회복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완 동물도 부끄러워하겠지만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은 더욱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책을 별로 안 읽는 (더러는 전혀 안 읽는) 사람들이 글을 쓰겠다면서 남들이 자기 글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작가가 되고는 싶지만 ‘독서할 시간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꼬박꼬박 5센트씩 모았다면 지금쯤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좀더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결론은 그렇게 간단하다.”

“간혹 나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두가지가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체의 수많은 결점들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 반면에 거짓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큰 결점이다. .... 글을 쓰면서 자기가 알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거짓말을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흥미로운 내용은 넣어야겠지만 자기 도취에 빠져 따분한 내용까지 마구 포함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남들이 기나긴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은 술집이다. 그러나 그것도 술집이 문을 닫기 한시간쯤 전에만 해당되고, 그나마 여러분이 술값을 내겠다고 말한 경우에만 성립되는 일이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썼다.“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이 책의 일부분은 - 어쩌면 너무 많은 부분이 -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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