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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혜 Nov 17. 2018

마음이 아플 땐 타이레놀을 드세요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를 읽고

미치 프린스틴의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를 읽었다. 그저 그런 흔한 심리학, 혹은 유사심리학 서적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다는 후기가 있어서 찾아보게 되었다. 알고보니 저자가 예일대학교에서 수업했던 ‘또래 집단 사이의 인기’라는 강의를 정리한 내용으로, 무려 600여명에 달하는 수강생이 몰려 뉴스에까지 보도가 된 초특급 인기강의였다고.

저자는 우리가 왜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는지, SNS에 왜 그토록 관심종자와 따봉충이 많은지, 왜 어떤 사람들은 뭔 짓을 해도 관심을 못 받는지, 인기가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인기에 목매는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뇌의
특정부위에서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즉, 타인의 관심(따봉)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먹고 싶어하고 졸리면 자고 싶어하는 것처럼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것이다.


인기가 많아지면 뇌에서 마치 복권이 당첨되거나 보너스를 받았을 때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중추신경을 활성화시키는데 이것을 사회적 보상이라고 부른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흔히들 농담처럼 따봉충 따봉충 하는데, 심지어는 따봉(좋아요)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페삭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봉 주세요! 하고 대놓고 구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따봉 또한 사회적 보상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한 때 “그렇게하면 기분이 조크든요”란 말이 유행하면서 따봉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다든지, 많이 못 받아서 울적하다든지 하는 말도 나오곤 했었는데, 실제로 따봉을 많이 받는 것이 우리의 기분에 진지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기와 인기를 얻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된 많은 사례 및 실험들이 꽤 흥미롭다. 자녀를 키울 때 인기있는 아이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세미 육아서적 같은 챕터도 있고. 그러면서 각종 사례를 통해 수집한 인기 있는 사람의 특질이 소개되는데, 생각해보면 사실 뻔한 내용들이다. 정서가 안정되어 있고, 똑똑하고 유쾌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창의적이고, 집단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 이 중 집단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과 똑똑하되 지나치게 똑똑하지는 않다고 사족을 단 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 아참, 책에 나오는 꿀팁. 뇌가 신체의 고통과 사회적(마음의) 고통을 처리하는 방식이 유사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조리돌림을 당하거나, 악플을 받거나, 실연을 당하거나, 하여간 마음이 아플 때는 끙끙 앓지 말고 타이레놀을 먹자!

“대니얼은 인기가 행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구글에서 했던 연구를 하나 떠올렸다. 그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었다. 조직에서 누가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은지 예측할 때 임금 인상, 승진, 특진보다 더 정확히 예측하는 요소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직원들이 관리자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얼마나 자주 받느냐는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두 번째 요소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의 정도였다.” -p.32

“사람들은 글 쓰고 계산하는 법을 배우고, 과학을 아주 잘 해야 하고 어릴 때부터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도 성공하는 것만큼 중요해 보이는데 이런 건 정식으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아요. 보통 인간관계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죠. 또래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어떻게 해야 호감과 인기를 얻는지, 이런 것들 말이에요. 이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평생 고생하는 거예요. “-p.33

“좋아요나 리트윗, 그밖에 SNS를 통해 여러 형태로 표현되는 지지의 근본적 목적은 “나는 당신을 보고 있고, 당신의 존재를 알고, 당신을 호의적으로 생각합니다”라도 말해주는 데 있는 듯하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높은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들이 눈에 띄고 많은 사람들에게 찬양받는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효과를 발휘한다.” -p.73

“대뇌피질 아래 변연계 쪽의 부위는 복측 선조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복측 선조체는 보상 중추의 중심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데 주된 역할을 한다. 돈, 약물, 기타 등등 모든 종류의 보상에 반응하는데, 청소년기가 되면 사회적인 보상을 경험할 때 특히 활성화된다. 사회적 보상이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찬양받고, 자신이 영향력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주변의 반응이다. 즉, 지위에 신경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p.74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을 때 생물학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보상에 강력하게 반응을 보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 동조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일어난다.” -p.82

“복측 선조체의 신경 출력이 편도체와 해마의 일부를 포함하는 감정적 현저성 연결망으로 이어진다. (....)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보상을 일상적인 느낌으로만 대한다기보다는 자존감의 바탕으로 여기게 된다.” -p.84

“공격적 행동은 10대들이 가장 확실하게 지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였다.” -p.88

“어른들도 지위를 높이기 위해 공격성을 이용할까? 물론이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보이게 하려고 이웃의 험담을 하는 것 같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일어나고, 도널드 트럼프가 기자나 경쟁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여론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대중적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한 국가가 자국의 지배적 위치를 주장하기 위해 약소한 적국을 공격할 때처럼 국제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처럼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동이다. 당장은 지위가 높아지고 약간의 사회적 보상을 얻게 해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정말 중요한 바람을 이루는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p.89

“아이젠버거가 발견한 사실은 적어도 뇌의 어떤 부위에서는 신체적 고통에 반응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인기 없음을 경험한다는 점이었다. 아이젠버거는 이 현상을 사회적 고통이라고 부른다.” -p.165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겪을 때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들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고통을 잘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거절 당하는 것에 더 민감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아이젠버거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사회적 고통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 뇌는 두통과 마음의 고통을 똑같은 방식으로 완화하려고 한다.” -p.165

“키가 큰 남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번다. 그런데 월급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요소는 조사 당시의 키가 아니라 열여섯 살 때의 키였다. 청소년 시절의 키는 이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느낄 것인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그러 인해 경험한 것은 무엇인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과 경험은 어떤 형태로든 참가자들에게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다.” -p.175

“심리학자 주디스 랑루아는 생후 3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도 매력적이지 않은 얼굴에 비해 매력적인 얼굴을 더 오래 쳐다본다는 점을 발견했다. 얼굴의 주인이 성인인지 유아인지, 혹은 같은 인종인지 다른 인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력적이지 않은 낯선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아기들이 더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p.203

“어떤 부모들은 자녀와 동등한 입장에서 논다. 아이가 어떤 놀이를 할지, 규칙은 어떻게 할지, 언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지 정하게 한다. 이들은 노는 동안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이 아이들은 나중에 또래들에게 인정받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아이들은 부모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통해 공유하고 협조하는 법,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탐색하는 법,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법 등을 배운다. 다시 말하면, 이런 놀이의 순간은 감정적 지능을 높이는 풍부한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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