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으로 떠나는 날

큐슈 여행기, 첫째날

by 한승혜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그런지, 물론 여름에 다녀오긴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혼자 어디 가는 거라 그런지,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둘째가 일어나기 전에 잠이 깨다니! 화장실도 가고싶고 배도 고팠지만 애가 깰까봐 꼼짝도 못하다가 살금살금 움직였다. 그러자 바로 깨버리는 둘째.


시부모님 아침 대충 챙겨드리고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공항버스 타는 곳 까지는 남편이 회사 가는 길에 데려다주기로. 둘째가 울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아 보였다. 엄마 네 밤 자고 올게. 할머니 할아버지랑 아빠랑 고모랑 오빠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 하는데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네 하고 대답한다.


공항 버스 매표소에 가보니 10시 이후까지 전부 매진이라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그제 밤에 생각나 부랴 부랴 예매하다 말고 뭐야 아직 많이 남아있었잖아 하고 괜히 서둘렀다 싶었는데 안 했으면 큰일날 뻔.


버스를 탔는데 옆자리 여자아이의 소리가 거슬린다. 동영상을 아주 큰 소리로 틀어놨다. 옆에 있는 아이 엄마에게 소리 좀 줄여달라고 부탁할까 하다가 아이들 동영상 보여주는 그 심경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참기로 했다. 근데 잠시 후에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중국어다. 갑자기 짜증이 확 났다가 그런 스스로에게 놀랐다. 한국인이면 참아줄 수 있는걸 중국인이라고 못 참아줄 것은 뭔가.


여름에 파리에서 과학관에 갔다가 이상한 아줌마랑 싸우고서 인종차별 당한 마음에 분해서 씩씩거렸던 기억이 났다. 인간이 이렇게 간사하다.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이러한 혐오나 차별의 감정들을, 마음 속으로 느껴지는 것 까진 어쩔 수 없더라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고 자제하며 살아야 할텐데 그게 참 어렵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배가 아파서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다. 원래는 매일 아침 남편 출근시키고 둘째에게서 화장실로 대피하는 시간이다.


자다 깨다 하는 사이에 공항에 도착했다. 발권을 하는데 수하물이 포함 안된 티켓이라며 4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단다. 예매할 때 날짜랑 시간 말고 수하물 옵션이 안 보였다고 항의하니 자세히 보면 있단다. 그 가격이었으면 땅콩이나 아시아나 탔을 것을! 마일리지도 적립하고 기내식도 먹을 수 있는데. 인터파크 투어 ㄱㅅㄲ들아.....


4만원을 뜯겨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밥을 먹기로 했다. 식당가에 먹고싶은 게 없어서 한참 헤매다가 비비고에서 연어 라이스를 허겁지겁 해치웠다. 갑자기 긴장이 풀렸는지 피로가 몰려온다. 여행이고 뭐고 어디 누워서 자고싶다. 이대로 5일간 잘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어 라이스. 밥이라기보다는 샐러드 느낌.




탑승장 안에 들어오니 뽀로로 놀이터가 있었다. 자동적으로 애들 생각이 난다. 아들이 여기 왔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그토록 갈망하다가도 막상 혼자가 되면 아이들과 남편이 보고싶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