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여행기, 번외
오늘 저녁은 고독한 미식가 분위기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도 좋은 날이었다. 비록 바람도 불고 매우 춥지만. 다들 맛있는 걸 먹고 있구나. 아앗!!!!! 갑자기.......배가 고파졌다.
이 근처에 어디 보자. 라멘? 음 오늘 점심에 면을 먹어서 탈락. 덴뿌라? 맛있지만 오늘은 아니야. 모츠 나베? 그 진하고 깊은 풍미, 쫀득쫀득한 곱창의 맛. 중간 중간 존재감을 드러내는 양배추!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날 뜨끈한 국물을 차가운 생맥주와 마시면.....! 아....벌써부터 참을 수가 없다. 좋아, 오늘 저녁은 모츠나베로 정했다! 이 근처에 잘하는 집이 있으니 가볼까나. 아앗!!! 만석이다! 지난번은 운이 좋았군. 급실망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다음은.....이런, 대부분 예약제잖아.
그렇다면....저기 회전초밥집이 있군. 초밥도 나쁘지 않지. 따뜬한 녹차와 함께 싱싱한 연어이불을 덮은 초밥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 어디 한 번 가볼까. 에엣!!! 대기시간 75분이라고!!!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더 이상은 무리!! 이젠 한계라고!!!
그런데....어디로 가야하나. 대부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거나 예약제이다. 왜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 음? 여기 꼬치구이집이 있군. 꼬치구이라...숯불에 적당히 그을려 향이 살아있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닭꼬치!! 나쁘지 않아. 거기에 생맥주를 곁들이면? 아아!! 좋았어. 오늘은 꼬치구이다. 이번에야말로!!
손님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니 맛이 나쁘진 않겠군. 기대가 된다. 이 집은 기본으로 양배추를 주는구나. 생으로 먹기에 양배추만한 채소가 없지! 땅에서 바로 캐낸 듯한 신선한 양배추! 아삭아삭한 잎사귀를 적당히 잘라 특제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아, 입 안이 싱그러움으로 가득찬다!! 역시 오길 잘했어. 그럼 어디 한번 시작해볼까?
우선은 닭껍데기부터. 먼저 소스 없이. 아아, 이 견딜 수 없는 바삭함,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 입안에 치킨의 기름진 풍미가 넓게 퍼진다! 10개라도 먹을 수 있겠어.
그 다음은 돼지 삼겹살. 돼지 삼겹살에는 겨자 소스를 찍어서! 오옷! 도톰하고 쫀득해! 풍부한 지방이 살아있다.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걸?
좀 더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대창은 무슨 맛인지 궁금하군.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잘라져 있어서 입에 쏙 들어온다. 곱이 가득한 것이 혀에 그대로 전달되는구만. 많이 질기지 않아 몇 번만 씹으면 금세 넘어가고. 술을 부르는 음식이다. 위험해!!
이번에는...보자, 꼬치구이집에서 야키오니기리(구운 주먹밥)도 빠질 수 없지. 이 앙증맞은 모양을 보게. 맛있어 보이도록 가운데가 딱 알맞게 그을려 있군. 어디 한번 먹어볼까? 오오오오옷! 마치 누룽지와 같은 바삭한 겉껍질 속에 쫀득쫀득한 찰밥을 먹는 기분이다! 적당히 담백하고 고소해. 밥알이 제각기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춘다! 입 안에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어! 어째서 탄수화물은 이토록 맛있는 것일까? 쌀을 만들어주신 신에게 감사드립니다.
잠시 휴식하는 의미로 채소를 먹어보자. 구운가지라....가지는 잘못 요리하면 흐물흐물해지지만 잘만 다루면 세상에 더 이상 맛있을 게 없지. 으음, 구워진 정도가 아주 적당하군. 간이 되어있지 않아 담백하고 건강한 느낌!! 위에 상냥한 음식이다....가지....찬양해....
다음에는....역시 꼬치구이에 은행을 빼면 실례겠지. 은행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군. 게다가 마치 껌을 씹는 듯 쫀득쫀득, 고소하기까지! 몇개라도 먹을 수 있겠어!! 냄새난다며 타박해서 미안하다 은행이여. 냄새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은행을 줍는 아주머니들의 심경을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종목을 바꿔 생선을 먹어볼까. 열빙어! 비닐처럼 얇은 비늘 속 포슬포슬한 속살. 생선 특유의 담백함. 자잘한 가시는 적당한 애교로 느껴진다. 꼬리까지 놓칠 수 없지. 한 입에 넣고 씹으면, 바삭한 머리와 꼬리, 담백하고 폭신한 속살, 자잘한 가시가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꼬치구이는 아니지만 타코와사비. 입안의 느끼함을 와사비의 개운함으로 씻어내보자. 오옷!! 쫄깃한 문어 위에 매콤한 와사비!! 매콤함에 코가 뚫리는 것 같군! 입안에 남아있는 기름기를 전부 씻어내는 듯 하다. 비염이 저절로 치료되는 느낌. 오늘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다.
헉!! 3200엔이라고?? 꼬치를 10개 넘게 먹고 술도 세잔이나 마셨는데도 이렇게 저렴할 수가!!!!
아, 맛있었다.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