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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교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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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승혁 Oct 15. 2021

국회는 강 건너 담장에

#정치 #여의도 #일기 #뉴스 #기자 #방송

여의도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만했다. 택시 안에서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자잘한 업무를 처리했다. 창밖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얹은 듯 국회의사당의 민트색 돔이 보였다. 하늘이 흐릿했다. 서강대교 위에서 창문을 내렸다. 서늘한 바람이 뺨을 쓸었다. 일상생활과 한강 폭 만큼 떨어진 섬에 우두커니 국회가 있었다. 해자를 빙 두른 성 같았다. 긴 담장을 지나 경찰에게 신분을 증명한 뒤 경내로 들어갔다. 여기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모 의원은 이곳 티라미수를 에스프레소에 적셔 먹는 걸 좋아했다. 나는 감태에 얹어먹는 조린 새우를 좋아했다. 그러니까 달콤하고 좋은 것들이 이곳에 있었다. 생활은 딱 한강 폭 만큼 떨어진 다리 건너 편에 있었다. 얼마 전 양화대교 저편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상인들이 20일이나 늦은 방역 때문에 장사를 망쳤다며 썩은 고기와 채소를 국회 앞에 쏟았다. 그런데 임금을 못 받아 시위하는 사람들은 방역 때문에 모이지도 못했다. 마음에 따라 방역을 20일 늦게 하기도 하고 당장 방역을 지키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다 강 건너 편 일이었다. 나도 여기서 트러플오일을 얹은 파스타를 먹다보니 월세살이하는 서민이란 생각은 잊고 당헌당규니 당무위니 기술적 입법이니 하는 젖은 소리를 해대면서 정의로워진 기분을 맛보는 것이었다. 참으로 행복한 노릇이었다.

요즘엔 대장동을 취재하는데 전화 돌릴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방송국에도 문학담당 기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그러려면 공영방송에 다녀야 한다는 조언(?) 받았다. 새벽 2시에 소설 소개해주는 프로그램 해보고싶다. 정치는 무섭다.


#한줄요약_쿠치나후_존맛_오졌다

#쿠치나후 #티라미수 #파스타 #존맛 #맛도리

#맛집 #여의도맛집 #직장인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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