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와 더불어민주당 컷오프 그리고 프로듀스 101
국내최초! 유일무이!
걸그룹도 나오는 정치블로그*_*
우리는 꿈꾸는 정치부♬
픽미픽미피미업♬♩♪
정치인과 연예인에게 '선택'은 운명과도 같다.
중도 하차한 4명을 제외한 97명의 걸그룹 연습생들이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 앉아있다. 소녀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호명을 기다린다. 이름이 불린 소녀는 피라미드 모양으로 된 방송국 세트에서 자기의 순위가 적힌 의자에 앉는다. 호명되지 않은 소녀는 끝이다. 지난 2월 19일 방송된 '프로듀스 101'에서는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 소녀 97명 중 36명이 내쳐졌다. 인기가 없어서다. 1위로 호명된 김세정(21·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놓인 반짝거리는 은색 소파에 앉았다. 이들 중 11명이 걸그룹으로 최종 데뷔한다.
닷새 뒤인 24일,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번뇌를 연상케 하는 108명의 국회의원 중 10명을 '컷오프' 했다. 잘라낸 것이다. 이들은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더민주의 이름으로는 더 이상 국회의원을 할 수 없다. 전날부터 의원들은 초조한 얼굴로 자신이 컷오프 대상으로 호명될까 좌불안석했다. 모 의원은 부르르 스마트폰이 진동할 때마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고 했다. 전화기를 아얘 꺼둔 의원도 있었다. 불출마 선언한 3명을 빼고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 105명 중 10명이 내쳐졌다. 김현 의원은 이의제기하겠다고 했다. 신계륜 의원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유인태 의원은 물러날 때가 됐다며 겸허히 받아들였다. 남은 95명 중 몇 명이 다시 국회의원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드디어 내 블로그에도 걸그룹이....!!
좌측부터 김지성(20), 박민지(17)
불공정했다. 몇몇 소녀는 실력에 비해 방송 분량이 많아 시청자 투표에서 선두를 달렸다. 반면 뛰어난 재능을 뽐냈어도 카메라에 비치지 않아 탈락한 소녀도 있었다. 71위로 프로듀스 101에서 탈락한 박민지(17·매직 플래시 컴퍼니)는 폭발적인 고음으로 A클래스 평가를 받았으나 방송에는 4회에 처음 등장했다. 투표를 통한 탈락자 발표가 5회였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투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68위로 탈락한 김지성(20·해피페이스)도 출연자들이 꼽은 '비주얼 센터 베스트 10'에 들고, B등급으로 같은 소속사 연습생 중 최상위권으로 분류됐으나 3회까지 분량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문희상(경기 의정부갑·5선) 의원은 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만 2차례 지내며 위기 때마다 길을 찾았다. 홍의락(비례대표·초선) 의원은 떨어질 걸 알면서도 대구 출마를 준비해온 사람이었다. 대구에서 출마를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더민주가 읍소 해서 데려와도 부족할 판에 잘라냈다. 김부겸 전 의원은 홍 의원 공천 배제를 재고해달라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이러면 누가 험지 출마를 결심하겠냐"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수도권의 초선의원은 "정말로 공천에서 배제시킨다고 하더라도 문희상 의원 같은 경우에는 미리 알려줘서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정치적인 명예를 지켜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하게 한 숨을 뱉었다.
국민 프로듀서가 걸그룹을 뽑고, 국민인 유권자가 국회의원을 뽑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시청자는 실력과 상관없이 카메라에 더 많이 나온 사람을 친근하게 여길 수밖에 없고, ARS 투표에서도 찍을 수밖에 없다. 엠넷 프로듀서의 시선과 철저히 계산된 카메라 워크와 작가에 의해 각색된 스토리가 실제로는 시청자를 유도한다.
국회의원도 과연 내가 뽑는 것일까.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와 은수미 의원은 대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결의할 때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10시간 가까이 발언하면 당연히 말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종합편성 채널에서 그것만 잡아서 24시간 틀어댈 게 빤했기 때문이다.
충격적 이게도 TV조선 엄성석 앵커는 필리버스터 후 단상을 내려오는 은수미 의원을 향해 "요실금 팬티까지 입고, 장시간 기록을 세우시겠다고"라는 말을 뱉기도 했다. (실제 요실금 속옷 관련 트위터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올렸다) 사실 관계를 떠나 여성 의원의 속옷까지 입에 담으며 정치를 조롱한 것이다.
같은 날 TV조선에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는 "(필리버스터를 하는 야당에) 업무방해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국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기도 했다. 단지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당 의원이 국회법 106조 2항에 명시된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한 걸 업무방해라고 표현한 것이다.
채널A 이용환 앵커도 필리버스터를 "정신승리"라며 은수미 의원과 김광진 의원이 "도취돼 있는 것 같다"며 대단히 주관적인 용어를 썼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표현이었다.
국민 프로듀서가 걸그룹을 뽑고, 국민인 유권자가 국회의원을 뽑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국내최초 유일무이
걸그룹(?)도 나오는 정치블로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