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적 그리던 그림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었다

by 고승혁


2013년 가을. 신촌역 카리부 커피에 앉아서 엽서를 그려 팔았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아주 많았고 심심했었으며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아무도 글을 사주지 않으니 저렴하게나마 팔 수 있는 걸 찾았다. 김밥 두 줄에 판 적도 있었고 스시를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대부분 물물교환 형식으로 팔아치웠다. 그림을 그려서 나눠주면 사람들이 밥을 사주었다. 나는 마치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연방은행처럼 그림을 마구 찍어내 화폐처럼 사용했다. 다행히 아무리 그려대도 환율이 떨어지지 않아 밥 한 끼에 그림 두 장을 파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김밥 두 줄에 팔았다.



H 일간지 인턴시절 그린 그림. 인턴 직후 당황스럽게도 계약직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생각 있냐는 제의가 왔다. 당시 나는 C 일간지 기자직 최종면접을 1주일 앞두고 있었다. 기자가 아니라 화가가 될 뻔했다.


•더 읽어보기


매거진의 이전글키치적 앵커, 리춘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