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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교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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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승혁 Jun 12. 2018

우리 헬스 선생님은 인생의 진리를 안다네

글쟁이들은 짐짓 젠체 하며 펜대를 세우지만 삶의 진리에 대해서 1도 모른다. 라고 젠체하는 문장을 써봤다. 그러니까 깡통같은 수식어를 빈약한 문장에 덕지덕지 씌워놓고 혼자 흡족해하는 나 따위는 믿을 수 없는 화자란 뜻이다. 아무튼 아는 체하며 명료한 것도 불분명하게 만들어버리는 족속이 바로 글쟁이란 놈들이다. 그런데 우리 헬스 선생님은 직관적으로 진짜를 꿰뚫어본다.


이번달에 바빠서 2주동안 2번 밖에 헬스장에 못 갔다. 스트레칭을 하는데 원래 찢어지는 다리가 안 찢어졌다. 중량도 없이 스쿼트 했는데 허벅지가 불타는 줄 알았다. 선생님이 무심하게 말했다. "회원님 운동 안 나오시면 더 안 좋아져요" 그렇다. 안 하면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안 좋아진다. 요즘 글 쓰려고 끼적대다가 문장이 엉망이라 자괴감에 발톱을 뜯곤 했다. 그래도 신문기자인데 대학생 때보다 못 쓰는 것 같아 의아했는데 따져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안 쓰면 못 써진다. "왕년에 내가 말야! 글 좀 썼는데!" 그런 거. 안 통한다.


어느날은 벤치 프레스를 하는데 선생님이 중량을 갑자기 10kg 올렸다. "아! 이거 안 되겠는데···" 탄식하자마자 선생님이 말했다. "회원님. 이미 심리싸움에서 졌어요. 이제 못 들어요" 일단 시도했는데 2번 드니까 힘에 부쳤다. 선생님이 지시했다. "회원님. 된다고 생각하고 들어요"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신 뒤 들 수 있다고 생각해봤다. 곧바로 거뜬하게 5번 들고 추가로 2번 더 들었다. 무슨 마술이라도 벌어진 줄 알았다. 곰곰히 따져보니 진짜 글감이 없는 게 아니라 글감이 없다고 하소연하니까 글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에게 녹음 하나 부탁해야겠다.

"회원님. 원고지 20매, 5세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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