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들은 짐짓 젠체 하며 펜대를 세우지만 삶의 진리에 대해서 1도 모른다. 라고 젠체하는 문장을 써봤다. 그러니까 깡통같은 수식어를 빈약한 문장에 덕지덕지 씌워놓고 혼자 흡족해하는 나 따위는 믿을 수 없는 화자란 뜻이다. 아무튼 아는 체하며 명료한 것도 불분명하게 만들어버리는 족속이 바로 글쟁이란 놈들이다. 그런데 우리 헬스 선생님은 직관적으로 진짜를 꿰뚫어본다.
이번달에 바빠서 2주동안 2번 밖에 헬스장에 못 갔다. 스트레칭을 하는데 원래 찢어지는 다리가 안 찢어졌다. 중량도 없이 스쿼트 했는데 허벅지가 불타는 줄 알았다. 선생님이 무심하게 말했다. "회원님 운동 안 나오시면 더 안 좋아져요" 그렇다. 안 하면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안 좋아진다. 요즘 글 쓰려고 끼적대다가 문장이 엉망이라 자괴감에 발톱을 뜯곤 했다. 그래도 신문기자인데 대학생 때보다 못 쓰는 것 같아 의아했는데 따져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안 쓰면 못 써진다. "왕년에 내가 말야! 글 좀 썼는데!" 그런 거. 안 통한다.
어느날은 벤치 프레스를 하는데 선생님이 중량을 갑자기 10kg 올렸다. "아! 이거 안 되겠는데···" 탄식하자마자 선생님이 말했다. "회원님. 이미 심리싸움에서 졌어요. 이제 못 들어요" 일단 시도했는데 2번 드니까 힘에 부쳤다. 선생님이 지시했다. "회원님. 된다고 생각하고 들어요"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신 뒤 들 수 있다고 생각해봤다. 곧바로 거뜬하게 5번 들고 추가로 2번 더 들었다. 무슨 마술이라도 벌어진 줄 알았다. 곰곰히 따져보니 진짜 글감이 없는 게 아니라 글감이 없다고 하소연하니까 글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에게 녹음 하나 부탁해야겠다.
"회원님. 원고지 20매, 5세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