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라 김종인의 아무말대잔치
벚나무 우거진 숲길에서 김종인을 만났다. 엑소의 김종인이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이었다. 벚꽃색 머플러를 두르고서 특유의 번역투를 내뱉었다. "미래통합당을 갖다가 찍어주시면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갖다가 바꾸겠습니다" 밝은 분홍빛 점퍼가 너울거리는 유세 현장에서 막내 기자들은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렸다. 거짓말 같은 기이한 광경.
내가 막내 기자일 때, 김종인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그는 청바지를 잎고 파란 점퍼 차림으로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을 갖다가 뽑아주시면은 대한민국을 갖다가 바꿔놓겠습니다" 분당 한복판에서 춤을 추기까지 했다. 불과 4년 전이었다. 김종인은 자신이 내뱉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 소리인지 알까 궁금했다. 덮어놓고 뱉어내는 분비물 같은 언어. 사람들에게 정치 혐오를 멈춰달라는 기사를 쓸 자신이 없었다. 그저 뽑아달라고 빌기만 하는 그런 게 정치가 돼있었다. 읍소가 정치라면 구걸과 무엇이 다른 걸까. 거지같은 정치는 비유가 아니었다.
김종인을 본 뒤, 나는 총선 당일에 방송할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러 회사에 갔다. 소련도 북한도 중국도 아니건만 위성정당이 판치는 세계를 설명해야만 했다. 선거가 일주일 남았는데, 정책공약은 모든 당이 선관위에 냈겠지, 싶어서 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열린민주당은 여전히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그냥 '문재인 지킴이' 빼고는 아무 말이 없는 당이었다. 화제의 지역구를 짚어보다가는 광진(을)을 보았다. 이번에는 이미 웃음거리가 된 오세훈에 대해 이야기했다. 엑소의 오세훈이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미래통합당의 오세훈이었다.
#연설할때_have동사_그만써야_착한국어생활
#미래통합당 #김종인 #엑소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