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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승혁 Jul 05. 2020

시팔이 '노영민' 집팔이로 돌아오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의겸 대변인…청와대 직원도 안 믿는 부동산 대책


국회의원이 무려 국회 안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시집을 팔았다.


대상은 자신이 감시해야 할 공공기관이었다. 때는 2015년. 막 기자가 돼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불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취재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광물자원공사는 무려 시집을 200만 원어치를 샀다. 나라의 공공기관이 시를 읽고 도를 논해 천하가 인의로 넘치게 되니 칭찬해야 할지 아득할 지경이었다. 사과상자보다 시집이 오가는 정치 현장이 더욱 아름다운 것일까. 386 운동권 출신 의원은 로비도 문학적으로 받았다. 군사정권의 후예와는 다른 섬세한 감각이었다. 내가 이 사건을 기억하는 이유는 기자가 되고 처음 겪은 비위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유신잔당은 나쁘고 민주화 운동가는 착하다고 생각한 막연한 도덕관념이 단박에 부서졌다. 좌든 우든 권력은 웬만하면 '선(善)'을 넘었다. 영원한 국회 시팔이로 기억될 그의 이름은 노영민이었다. 지금은 무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시팔이는 이번에 집팔이로 돌아왔다.


다주택자였던 노 비서실장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0분 만에 말을 뒤집었다. 반포 아파트는 못 팔겠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겠다는 것이었다. 청주에서 정치를 해 차기 '충북지사'로 꼽히던 그였다. 그의 행보는 SNS에서 깔끔한 부등호로 정리됐다. '충북지사 < 반포 주민'. 청와대가 국민에게 보낸 시그널은 명확했다. 인생에 권력도 명예도 돈도 아무튼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겠지만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강남의 아파트를 골라라. 도대체 몇 번인지도 모를 부동산 대책을 청와대가 믿으라고 윽박질러도 믿어서는 안 됐다. 모든 말은 결국 입이 뚫려있으니 한 번 질러보는 군소리에 불과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그 모든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아파트를 선택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청와대 발표를 안 믿었다.



이 순간에 가장 보고 싶은 인물은 누가 뭐라고 해도 김의겸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카메라에 얼굴을 내놓고 자기 입으로 부동산 대책을 말해놓고 전재산을 몰빵해 재개발 구역에 투기했다.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졌다. 월급을 주니까 스스로도 믿지 못할 소리를 국민에게 읊어대는 그의 마음은 얼마나 처연했을까.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속엣말이 궁금해졌다. 부동산 대책이랍시고 정리도 못할 잡다한 정책이 중국집 코스요리처럼 끝없이 나오는데 대변인도 비서실장도 '절대 믿지 말라'라고 시그널을 보내는 상황.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게 과연 미래통합당 정부만의 일인지 가늠해보았다.



짤의 민족


시청에서 기사를 쓰다가 퇴사한 직장 동료를 만나러 중림동에 갔다.


이사한 지 1년도 안 된 그는 다시 집을 구해야 한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전셋값을 천만 원만 올려도 버틸 수 없다며 숫자를 셈했다.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데 민주당 출입기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고단하게 출근하고 퇴근할 때 내가 모르는 윗세계에서는 꾸준히 거래가 이뤄졌고 집주인들은 꾸준히 값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뒤 아파트 가격이 52% 올랐다는 기사에 국토교통부는 14.2% 올랐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14.2%는 괜찮다는 건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내 월급은 14.2%라도 올랐는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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