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라는 덩굴에 휘감겨 무너진 의지의 담장
덩굴로 뒤덮여 폐허가 된 건물을 보았다. 그 모습은 군 복무 시절, 덩굴 제거 작업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매년 여름, 담장을 타고 자라는 덩굴을 제거하는 작업이 있었다. 우리가 서서 담장 위쪽의 덩굴을 자르고 있을 때, 부소대장님께서 "위만 자르면 금방 다시 자라나니 소용없다. 앉아서 뿌리 부분을 제거해라"라고 조언하셨다. 뿌리를 제거하면 위쪽은 자연히 말라죽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마음속 ‘의지’도 그 담장과 같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마다, 동시에 우리 마음속에는 '게으름'이라는 덩굴이 자라난다.
처음에는 '해내야 한다'는 결심, 혹은 '해내고 싶다'는 열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귀찮다’라는 생각의 ‘게으름’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루의 다 하지 못한 일들을 보며 ‘오늘은 바빴으니깐 다 못해도 괜찮아’, ‘내일은 오늘 못한 것까지 다 하자’라는 스스로의 변명과 함께 그 씨앗은 자라난다. 그렇게 하루하루 미루다 보면 ‘게으름‘이라는 덩굴이 우리의 의지를 휘감는다.
결국 그 덩굴이 의지라는 담장을 뒤덮으면, 담장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대로 계속 안 해도 괜찮은 걸까?’ ‘나는 왜 항상 작심삼일일까’. 실천은 계속하지 않으면서, 마음만 이러한 고민으로 피곤해진다. 지친 마음은 결국 또 하루를 미루게 만든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게으름 덩굴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지배해 결국 의지라는 담장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덩굴이 온몸을 휘감고 무너뜨리기 전에 덩굴의 뿌리부터 잘라내는 것이다. 바로 '귀찮다'라는 그 생각, 그 시작점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까지 목표를 세우고 도중에 그만두었던 새해다짐들을 떠올려봐라. 운동, 금연, 독서 등 다양한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는 어렵고, 포기는 쉽고, 막상 시작하자니 밀려올 고통에 두려워 귀찮음을 핑계로 목표를 포기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바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고, 그럼에도 극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이 쉽다면 애초에 목표로 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귀찮다는 생각 자체는 도전을 하는 이상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귀찮다는 감정을 내버려 두게 되면, 순식간에 자라나 우리의 의지를 갉아먹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귀찮다고 생각이 게으름으로 자라나기 전에 먼저 그 생각을 차단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고, 담뱃갑을 버리고, 책을 잡고 한 페이지라도 넘겨야 한다.
귀찮다는 생각을 잘라내고 나면, 작심삼일이 될 게으름 줄기는 자연스럽게 말라죽게 될 것이다.
글쓰기를 처음 할 때는 내가 뭔가를 써서 창조한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조금씩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다짐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1편은 쓰자.’ 그렇게 게으른 마음을 잘라내고, 만약 자기 전까지도 글을 다 쓰지 못하면 잠을 줄여서라도 한 편의 글을 썼다.
오늘도 글 한 편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덩굴을 자른다.
‘게으름은 계속되면 더욱 늘어난다’ -토마스 아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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