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소소한 나의 자기반성
괴로워하는 너에게
내가 이렇게 하라고 했더니
너는 고맙다고 했다.
너의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
나는 뿌듯했다.
다음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너는 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다음에도
그리고 또 그다음에도
똑같았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위안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나
점점 내 말에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자격 없는 나의 조언은 힘을 잃어간다.
하지만 너는 나를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무능함을 느끼고
내가 모든 걸 점점 망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힘을 잃게 만든 건 아닐까
나의 쓸데없는 혀놀림이
위로를 가장한 독이 되지 않았을까
점점 더 나조차 확신이 안 드는 내 말은
누군가에겐 정답이 되고 있었고
여전히 내게 고마움을 느끼며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