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두41071 판결
오늘은 2020년에 나왔던 판결 중 의미 있던 판결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제목과 같이 태아의 건강손상은 그 어머니인 근로자의 산재라고 볼 수 있다고 본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9년 XXX의료원에서 임신한 간호사는 모두 15명으로, 이들 중 비장애아를 출산한 근로자는 6명뿐이고, 원고들 외 5명은 유산을, 원고들인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자신들의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때문에 유산과 질환아가 출산되었다고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들의 자녀인 선천성 심장질환아는 산재보험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신청을 거부(1차 거부처분)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태아의 심장질환 발병 당시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태아의 질병은 모체인 원고의 질병으로 보아야 하고, 산재보험법의 적용 여부는 질병 발생 당시이므로 그 뒤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해서 산재보험의 급여가 거부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다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들이 초진소견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 자료 보완을 요청하였고 그 후 자료 제출이 되지 않자 민원서류를 반려처분(2차 거부처분)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4.12.19. 2014구단50654)판결은 1차 거부처분과 2차 거부처분이 사실상 하나의 사건이며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모두 취소하였습니다(1심 원고 승소).
“태아의 건강손상은 모체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하므로, 여성 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하며, 태어난 영아는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현행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 다시 말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할 뿐이지, 질병의 발병 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 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볼 수 없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와 태아를 업무에 내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고, 산재보험 영역에서 국가의 ‘모성 및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 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우리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6.5.11. 2015누31307)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받아들여서, 1심 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각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므로 원고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없다. 요양급여의 청구권과 수급권이 분리될 수 없다. 원고인 여성 근로자들의 요양급여처분은 부적법하다."
이에 원고들은 상고하였습니다.
대법원(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은 다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산재보험제도와 요양급여제도의 취지, 성격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의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