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하루 차이였지만, 세상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12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목전에 두고 다소 들떠있던 거리의 분위기는 1월 1일이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나 역시 그랬다. 12월이 지나고 1월이 되자마자 내 기분은 '들뜸'에서 '우울'로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12월이 좋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거리가 들떠있는 게 좋았고,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게 좋았다. 물론 크리스마스나 새해라는 공휴일이 껴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집에서 연말과 어울리는 올드재즈팝을 틀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소한 일도 내게는 너무나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연말은 다른 해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2022년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내 나이의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변하는 시기였으니까.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내게 있어 30대는 어른이었다. 20대의 나와는 달리 생각의 깊이가 다르고, 물질적인 부분에서도 풍요로우며,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그런 여유 있는 사람. 막연히 나의 30대를 그릴 때면, 언제나 성공한 나를 그리곤 했다. 좋은 차와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나의 집.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위치가 있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사람. 그뿐인가. 20대의 동생들이 내게 인생의 문제를 토로하면 멋지게 조언해주는 그런 어른.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내 통장의 잔고는 20대의 나보다 조금 나아졌다 뿐이지 여전히 작고 소중했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회적 위치는 무슨, 그저 회사의 조직원 중 한 명일 뿐이었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긴 커녕 나는 여전히 20대의 나와 다를 바 없었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다른 것은 그저 어느샌가 변해있는 내 나이뿐이었다.
물론 가만히 앉아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살, 대학에 입학해 열렬히 누군가를 좋아했다. 21살, 누구나 가는 군대에 다녀왔고, 23살, 전역 후엔 다니던 학교를 졸업했다. 잠시 동안의 방황 후 회사에 취직해 책을 쓰고, 목공을 배우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떻게 보면 참 별거 없는 10년이었고, 또 어떻게 보면 꽤나 여러 가지 일을 한 10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이 불안함과 우울함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 나에게 요구되는 기대'때문일 것이다. 30대가 되면 결혼을 준비해야 하고, 연봉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며, 그럴듯한 직업도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그런 사회적 기대. 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사회적 기대에 부합하기엔 여전히 20대의 나와 다를 바 없는 부족한 사람. 이렇게 계속 어긋나는 상황에 나는 계속해서 주눅 들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그런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런 사회적 기대에 나를 맞추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남들 결혼하니 결혼해야 하고, 누가 이 일을 해서 돈을 이렇게 버니, 나도 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그런 주관 없는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때 행복한 일, 함께하면 즐거운 사람들과 매일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삼십대가 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