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설렜던 그날의 공방 가는 길
유독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공방에 등록하고 처음 가구를 만드는 날이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물론 3단 박스 같은 작은 가구는 만들어봤지만, 그것은 내게 가구라는 느낌보다 목공의 기초를 세우는 과정에 불과했다. 나무는 어떤 형태로 조립하며,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피스는 목심으로 처리를 해준다 같은 개념이 들어간 학습과정 정도. 그래서인지 가구 다운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더욱 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은 고대하던 '내 기준에서의 가구 다운 가구'를 만드는 날이었다.
서툴게 그려낸 작은 테이블 설계도
나는 그림에 소질이 없었다. 어릴 때 잠시나마 미술학원을 다닌 적은 있지만, '체르니 30'까지 칠 수 있었던 피아노 실력이 감쪽같이 사라지 듯 미술 실력 역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한때, 영상이나 사진과는 다른 드로잉만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 공부한 적은 있지만, 20년 넘도록 굳어있던 손을 쉽게 깨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목공에 있어 미술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놈이었다.
"만들 테이블 정면도랑 측면도, 자재소요량 뽑아보세요."
선생님의 저 한 마디가 무정하게 가슴을 후벼 팠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계속해서 드로잉 공부를 해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전에 걱정이 밀려왔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설계도였다. 곡선이 많은 의자나, 사이즈가 큰 가구와 달리 사이즈도 작고, 구조도 단순해서 그림을 좀 그린다 싶은 사람들은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훌륭한 설계도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림도 벅찰 뿐만 아니라, 가구의 비율까지 고려해 그려야 한다는 점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자를 대고 여기저기 선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 정도 모양이 나왔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자로 잰듯한 반듯한 선과 수치를 넣으니 제법 그럴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본격적인 제작
설계도와 자재소요량을 바탕으로 원장을 잘라냈다. 하지만, 박스와 달리 다른 작업이 더 필요했다. 테이블의 다리와 중간 판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해야 했기에, 그에 맞춰 나무를 잘라낼 필요가 있었다. 소나무 위에 그림을 그려 기계로 가져갔다. 밴드쏘와의 첫 만남이었다. 위험하진 않지만, 잘못 자르면 나무를 버리고 새로 잘라와야 했기 때문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집중해서 나무를 잘라냈다. 조금의 실수는 있었지만, 처음치고 이 정도면 굉장히 잘 자른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기분 좋게 결과물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보통은 가구를 완성하고 사포질에 들어가지만, 결합 부분이 아닌 곳은 먼저 사포질을 해주기로 했다. 결합이 되고 나면 접합 부분의 사포질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울퉁불퉁한 밴드쏘 자국이 조금씩 매끈한 곡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나무를 어루만져보고는 이내 만족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준비가 다 되었으니, 조립에 들어간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조립에 들어갔다. 피스로 고정시킬 부분의 수치를 계산해 미리 표시하고, 피스를 박은 후 마지막으로 목심을 박아 피스 자국을 감췄다. 네 개의 다리 모두 같은 방법으로 작업해주고 나니, 이제는 어느 정도 목공이라는 작업이 손에 익은 듯했다.
그렇게 네 개의 다리와 테이블 상판을 고정시킬 중간대까지 만드니, 얼추 테이블의 모양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 혼술용 테이블로 쓰면 딱 좋을 것 같다. 벌써부터 완성된 테이블이 기대되어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조립을 마친 후에는 위에 올릴 상판을 그려놨던 사이즈를 바탕으로 잘랐다.
가장 매력적인 작업, 도장
내가 가구를 만들 때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도장 작업이다. 완성된 가구에 어떤 색으로 도장할지 고민하고, 고민끝에 나온 색으로 가구를 칠해나갈 때는 마치 죽어있던 나무에 새로운 숨을 넣어주는 기분이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월넛 색이다. 참나무 색도 좋아하긴 하지만, 월넛만큼 고급스러운 색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월넛만큼의 진한 색이 배어 나올 수는 없겠지만, 소나무에 월넛 색을 입힌 것도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리와 상판 모두 월넛 색으로 입히기로 하고, 상판부터 서서히 칠해나갔다. 상판 한 면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테이블 다리 역시 마찬가지로 칠해줬다. 하루가 지나 칠이 마르면, 바니쉬(방수)를 한 번 더 발라준 뒤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면 될 것이다.
마무리 작업
바니쉬 작업까지 마친 나무를 가지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완성된 상판과 다리를 연결해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실수로 구멍을 깊게 파버린다면, 다시 상판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드릴로 구멍을 뚫어 피스로 고정해주었다.
완성된 미니 테이블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가구가 완성되었다. 어디 하나 모난 곳 없이 예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기분이 꽤 좋았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나이기에 계획과는 달리 지금은 아빠의 노트북 테이블로 쓰이고 있지만, 무슨 용도로 어디에서 쓰이면 어떤가. 어디에서든 제 가치를 다하면 그만일 것이다. 아직도 거실에 나가면 괜히 한 번씩 테이블을 요리조리 쳐다본다. 흠이 난 곳은 없는지, 도장이 벗겨진 곳은 없는지. 아직 견고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볼 때 내심 뿌듯해지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어쩔 수가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