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전자 피아노
나를 위해서 건반이 피아노와 아주 가까운 전기 피아노를 샀다.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해 보자는 것이었는데
생각처럼 연습이 안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전자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경지에 오른 수준으로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이들 둘 다 초등학교 때 집에 있는 전기 피아노로 바이엘은 마쳐 보자고
일주일에 두 번을 목표로 내가 가르쳤었다.
10번의 연습을 하면 딱지 한 장 주고 그것이 10장이 되면 100엔을 주겠다고 하니
아무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딱지를 목적으로 의자에 앉았었다.
거의 3년을 걸쳐서 작은 아이는 바이엘 78번까지 큰 아이는 바이엘을 거의 마쳤는데
그 실력으로 지금 두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곡을 몇 개월씩 걸쳐서 완성하더니
이제는 재즈에도 관심이 있다며 욕심을 내고 있다.
이런 아이들은 보면 정말 나도 해 보고 싶은데...
어릴 적 내 집에는 진짜 상아로 된 흰건반의 피아노가 있었다.
그리고 넉넉한 부모님 덕분에 피아노 레슨이라는 것을 정말 열심히 받았었는데
난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즐거운지를 몰라서 꾸역꾸역 다니다가
나중엔 만화방에 한 달 레슨비를 주고 매일 만화방에 가서 시간을 메웠었다.
그리고 결국엔 탄로가 나서 더욱더 강력한 통제 속에서 배웠었는데
그것이 지금도 방해를 하는지 악보를 보고 한번 치고 나면 그것이 전부로
좀 더 매끄럽게 음악처럼 들리도록 해야 하는 연습을 하려고 하면 짜증이 난다.
그리고 난 외우는 것이 힘들어서 악보만 치우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더 힘이 빠지게 만들어 연습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으로 아이들에게는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 두면 좋겠다는 정도로
손가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면 같이 의논해서 악보의 음표를 조금 고치거나 빼거나 하면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 악보의 한 줄인 4마디도 많다고 2마디로 줄여줬다.
음이 틀리면 틀린 데로 색다르다고 하면서 악보가 절대적이라는 것에서 벗어나게 했는데
피아니스트가 될 것도 아니고 되겠다고 할 아이들이 아니니 그저 즐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피아노를 친다는 의미와 방법만 알면 그런 내용의 영화나 책에 느낌이 다를 거라고
나중에 스스로 원하게 될 때는 기본이 되어 있으니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지금 가장 싫어하는 연습이라는 것을
완성보다는 한 마디씩 익혀가는 과정을 즐기고 그러다 보면 하나의 곡이 된다고 했더니
무슨 게임을 하듯이 아이들은 전혀 수준에 맞지도 않은 악보를 들고 한 마디씩 정복해 나갔는데
그러면서 손가락의 기술도 점점 늘어 나 완성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나도 쳐 보고 싶었던 곡이 있어서 그 곡 하나만은 꼭 하고 싶다.
그런데 마음만으로 안된다.
손가락은 왜 이렇게 무뎌졌는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데
거기다 악보와 건반까지의 거리가 달라서 눈은 엄청 거북하다.
다른 두 개의 돋보기가 필요한 건데 두 개를 한꺼번에 끼기도 힘들고
하나의 돋보기로 하다 보면 속이 울렁거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