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정착
미국에서는 그저 소파 옆에서 내 짐도 다 풀어놓지 못하고 살지만
나만의 집이 있는 일본보다도 한국인으로서 적응하기가 쉬워 편한데
이러고 아이들과 같이 있다가 일본으로 가면 모든 것이 멈춰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그대로 지내다가 때를 놓쳤던 일들을
이제는 일일드라마가 주는 힘으로 극복하게 되었다.
정말 오래전에 내가 대학을 다닐 때였던 것 같은데
어떤 재미교포가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결혼을 못해 노총각인 주인공에게
자신이 결혼을 해 주겠다며 편지를 보낸 것이 뉴스가 되었었다.
그때의 나는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했었는데
점점 이런 일이 이해가 되고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갈 수 있었는지
지금의 나도 조금 더 지나치면 아마도 이렇게 될 것 같다는...
매일 본다는 것이 신기하게 가족처럼 정겨워지는 건지
아이들이 있는 미국을 떠나 일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일일 드라마를 켜 놓는다.
그럼 아직 미국에서 가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삭막함이 확 줄어드는데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떠들어 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짐을 풀어 흔적을 지우면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생활로 쉽게 돌아왔다.
일일드라마가 나에게는 사는 장소를 바꿀 때 연결해 주는 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