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드링크

중년의 활력소

by seungmom

무엇이 모자란 지 난 기력이 없는 편이다.

하루를 열심히 잘 보내면 이틀은 멍하니 시간만 보낸다.


부모님 밑에서 사는 동안에는 이렇게 된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

내가 어떤 체질의 인간인지 알아볼 짬도 없이 그냥 헤매면서 살았다.

그때 인생의 반은 자면서 버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난 부모님에게서 떨어져 대학을 다니면서 내 체질이 어떤지 조금 알게 되었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면 그날 오후는 헤매게 되고

해님이 내 머리 위에 있을 때에 눈을 뜨면 난 최상의 컨디션으로 오후를 보내는데

그 오후가 남들의 이틀 치 만큼의 길이로 많은 일들을 해 냈다.


이런 내가 내 마음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어서

내가 학교를 다닐 때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 때엔 정말 고통스러웠다.

도시락과 아침을 무의식에서도 해 줄 수 있을 만큼 미리 준비를 해 두고 자는데

그래도 도저히 일어나 움직이기 힘들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학교에 전화를 해 날씨 탓으로 안 보낸다고 한 적이 많았고

미국에서는 첫 수업을 빼먹고 데리고 가서 치과에 다녀와서 늦었다고 사인을 해 주었다.


이런 나도 내가 갑갑할 때가 많았다.

같은 또래의 친구는 4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저녁에는 테니스를 치는데 부러워

생활을 바꿔보려고 인삼액부터 시작해서 주변에서 추천하는 무수한 여러 가지를 써 봤는데

잠시의 기분을 바꾸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정신이 맑고 힘이 있는 날에는 날아다니듯이 일을 처리하면서 살고

멍하니 혼이 나를 떠나 있을 때에는 그대로 그냥 멍청하게 지내는데

괜히 용을 쓰면서 나를 억지로 움직이면 더 많은 시간을 대가로 지불해

좀 더 길게 깨어 있어 보려고 이런저런 궁리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내가 남들처럼 시간을 쓰고 싶어 에너지 드링크에 손을 댔다.

처음 마신 그 날은 정말 하루를 멋지게 알차게 쓸 수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하게 마시고 한두 시간이 지나니 내가 두세명 더 있는 것 같은

그런 굉장한 힘은 며칠분의 일을 하루에 다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 환상적인 변신을 위해서 에너지 드링크에 주문을 걸면서 마시면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지고 여러 가지의 일을 한 번에 거뜬히 해 치우게 되니

이것만 있으면 난 변신을 해서 활기차게 살아갈 것이라는 꿈을 꿨었다.


너무 열심히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을 했는지 탈이 났다.

빈속에 마시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양이 있다는 것도

속이 거북해진 후에 알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생긴 대로 살자고 욕심을 버렸다.

이젠 마시지 않겠다고 집안에 있던 것을 모두 꺼내니 한가득인데

아마도 이 양만큼 나는 기대를 크게 했었던 것 같다.


부실한 체질에 순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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