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탈출
어릴 적에는 나무궤짝에 붙어 앉아 쌀겨 속에 넣어져 있는 사과를
그대로 옷에 문질러 단숨에 몇 개씩 먹어 치웠는데
그 꼴을 보고 부모님은 사과장수에게 시집보내주겠다고 하셨다.
정말 엄청 좋아했었고 이런 말을 듣기 전까지 엄청 먹었었는데
작고 빨간 홍옥은 손으로 반을 쪼개어 끼니와 간식을 모두 대신했었다.
홍옥! 국광!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먹어 치웠던 내가...
사과는 아침에 먹어야 가장 좋다고 하는데
난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일어나도 입맛이 없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팔팔해지는 저녁이 되면 사과 생각이 나는데 저녁에는 먹지 말라고 하니...
이 말을 듣고 내가 아이들에게도 저녁에 먹였던 것이 생각나 반성을 하면서
가능한 오전 중에 먹을 수 있도록 해 보자고 애를 썼는데
결과적으로는 오전에는 먹기 힘들고 저녁에는 거부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과를 먹는 횟수만 점점 줄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굉장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먹고 싶을 때와 먹어도 되는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비싼 꽃등심도 아닌데 사과를 살 때 몇 개를 살지 생각을 하면서 사게 되었다.
사다 놓으면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게 먹어 치웠던 것이
망설이면서 꺼내 먹으니 많이 사면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내 나이가 구제해 줬다.
이 나이에 사과를 제때에 먹지 않는다고 얼마나 뭐가 달라지겠냐며
먹고 싶을 때 먹고 살만큼 살다가 떠나지 하는 배짱이 생겼다.
속이 후련하게 통 크게 사과를 사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몇 년 만에 숨도 안 쉬고 커다란 사과 하나를 먹어 치웠다.
한입을 크게 물어 씹으니 입안으로 가득 차는 사과즙이 추억까지 불러왔는데
이렇게 맛있는 것을 참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