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배운 엄마

중년의 이빨 까기

by seungmom

내 뱃살을 가지고 아들이 매번 장난을 친다.

이렇게 뱃살이 많아서... 하는데

어릴 적에는 이게 다 자식을 사랑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고

점점 더 불어나는 것은 더 더 많이 사랑해서라고 했었다.

이 말이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잘 먹혔는데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며칠 전에도 아들이 내 뱃살을 들먹이며 장난을 치는데

이래서 내가 뱃살을 빼고 싶어도 아들을 위해서 빼지 못하고 있다고 했더니

아들이 엄마의 이빨 까는 것에 또 한수를 배웠다고 한다.

이래서 자기도 자꾸 이빨 까는 것만 늘고 있다고 하면서...


유치원에 다니던 딸아이가 뜻도 모르면서 그냥 내뱉는 말인 듯했는데

내가 잔소리를 하니 くそばば! 라고 했었다.

くそ-욕 ばば-늙은 여자

보통 아이들이 엄마에게 하는 나쁜 말인데 듣고 보니 아이가 컸다는 것이 보였다.

그때 난 웃으면서 아직 ばば 는 아니니까 くそレディー라고 하라고 했는데

レディー 숙녀

아이는 뱉어놓고 놀래서 어쩔 줄 몰라하던 얼굴이 편해지면서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쭉 일본을 떠날 때까지 くそばば! 하면 난 くそレディー! 하면서 대꾸를 했는데

그래서 말로 험해지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요기까지만 읽으면 내가 무척이나 현명한 엄마로 처신을 잘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난 엄마라는 느낌이나 감정을 모두 책에서 읽어 배우며 익혔다.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내가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책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은 잘 모르지만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모습은 확실해서 열심히 많이 읽었었다.

그 책들에서 배운 것들을 응용한 것이 くそレディー라는 말이었고

급한 성격에도 참으며 기다리는 엄마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들은 이런 내 이빨에 재미있다고 잘 웃는다.

그래서인지 점점 이빨 까는 일에 심의를 기울이고 히트작이 나오도록 노력을 하는데

내 이빨 까는 것이 고차원적이 되어간다며 이것도 다 아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아들은 엄마가 이빨 까느라고 머리를 쓰게 되니 아들 덕에 치매예방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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