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40
올해까지 레벨 40이 된 사람에게는 상을 준다고 한다.
이것은 최고의 레벨이 40이었던 것을 50으로 10단계를 올리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고 하는 증표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는데
이 말에 발동이 걸렸다.
레벨은 포켓몬 GO에 있는 모든 행동들... 포켓몬 포획, 진화, 배틀 등을 하면
보상으로 받는 경험치라고 하는 숫자가 레벨에 필요한 만큼 모이면 되는데
39 레벨에서 40 레벨이 되려면 500만의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
난 좀처럼 거창한 뭔가에 도전을 잘하지 않는 그런 인간인데
이건 나를 자극하면서 무모해도 해야 한다고 가능할 거라는 욕심을 만들어
한 달 조금 더 남은 시간 동안 모든 행동에 두배로 준다고 하는 보너스까지
레벨 40의 꿈을 꾸면서 나와 아이들까지 레벨 40을 달성하자고 마음먹었다.
내가 이런 인간이었나 나는 꼭 그 상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는
3일을 죽어라고 포켓몬을 잡아들였더니 내 어깨가 힘들다고 따끔거렸다.
한국 휴대폰과 미국 휴대폰에 냉장고를 바꾸면서 얻은 쿠폰으로 산 휴대폰
이 휴대폰 3대를 놔두고 오른 팔만 움직이게 되는 동작은 빨리 지치는데
그렇다고 달리 할 방법이 없어 아이들에게 의논을 하니 무리라고 했다.
난 거의 40에 다다랐지만 아이들은 온전히 한 단계를 올라가야 해서
더 악을 쓰면서 하루 종일 잡고 있으니 아이들도 해 보자고 마음을 바꿔
아이들까지 이 도전에 끌어들였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전에 40이 되려고 하면 하루에 얼마의 경험치가 필요한지
난 아이들과 어떤 방식이 경험치를 더 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를 했는데
딸아이는 이걸 엑셀에 기록하면서 오늘의 성과를 논하며 밀어붙이니
이젠 여가를 즐기는 게임이 아니고 해야만 하는 일의 수준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아파트에는 포케 스톱이 없어 볼이 떨어지면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이곳 부산의 오피스텔은 방에서 포케 볼을 얻을 수 있는 포케 스톱이 여러 개 있어
딸아이와 시간이 겹치지 않게 되어 있는 시차를 이용해서 포케볼을 모아 줬는데
그 덕분에 아이들의 포켓몬 GO의 레벨도 40의 고지가 보이게 되었지만
거의 매일 하루 종일 포켓몬 GO만 했더니 이전에는 뭘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뭐든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것 같은데...
포켓몬을 잡아 힘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기대를 가지고 봤던 그 시절은 있었나...
지금은 진화를 시켜야 경험치가 높아지니 진화시키기 쉬운 포켓몬을 먼저 잡는데
포켓몬 GO를 하면서 머리를 이런 식으로 굴리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5일쯤이 지나니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며
경험치를 두배로 올려 주는 행복의 알(Lucky Egg)을 써서 진화를 시키자고 했다.
그 며칠 후에는 별 5개의 레이드를 하면 경험치가 크다고 매일 하자며 열을 올려
모아 두었던 레이드 패스에 행복의 알로 경험치가 팍팍 쌓이게 되었다.
이걸 며칠 경험하니 하루종이 앉아 잡았던 내 행동에 대가가 너무 보잘것없어
어깨에 파스를 붙여 가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이런 방법도 있는데 하면서 작전을 바꿔야 한다고 마음먹고 돈을 쓰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개의 레이드 패스와 행복의 알이 필요하니 코인이 있어야 하고
그만큼의 코인을 빨리 손에 넣으려면 현금으로 사는 것뿐이었다.
나는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은 절대로 안 한다는 생각으로 잘 지켜냈는데
이렇게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니 아무 죄의식 없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레벨 40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욕심에 빠져서 물불을 안 가린다.
이런 나의 행동에 갑자기 떠오른 것이 엄마 찬스!
정말 이런 것이 엄마 찬스인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