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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포케 맘

포켓몬 GO와 국민성

레이드 배틀

by seungmom

포켓몬 GO가 2016년 7월 미국에서 출시되고 바로 아이들이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포켓몬 종이 카드로 놀아서 그런지 빠르게 습득했는데

포켓몬의 이름에 포켓몬의 능력이나 진화하는 방법 등 용어에도 흔들림이 없어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 심심해지면 딱 좋은 취미가 될 것 같다고

핑계 김에 처음으로 스마트폰도 써 보자며 사서 포켓몬 GO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기초 지식을 배우고 잡는 손동작을 익혔는데

왜 내가 움직이면 나라고 하는 아바타가 같이 움직이는지 이해도 못했으면서

포켓몬이 나타나면 클릭을 해서 잡는데 그 볼을 던지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잘못 던져 멀리 가기도 하고 옆으로 흘러버리면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하니

아들은 배를 잡고 지금 부는 바람이 어떻게 작용하냐며 자기 탓을 해야 한다고

얼마나 포케 볼 던지는 연습을 했던지 그러면서 포케볼이 없어져 야단을 맞고

혼자서 포케볼을 얻으려고 포케 스톱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모아야 했다.


그러면서 손가락 운동도 하고 많이 걷게 되면서 햇볕도 받으니 뿌듯했는데

내가 스마트폰을 들고 가상과 현실이 섞여있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엄청나게 질적 향상을 한 것이라 콧등이 심하게 높아졌었다.


미국을 떠나 일본으로 갔더니 일본에서도 포켓몬 GO가 시작되어서

난 나의 솜씨를 믿고 레이드가 있다는 곳에는 열심히 버스를 타고 나갔다.

이렇게 미국에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세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포켓몬 GO라는 게임을 즐기고 이때까지 하고 있는데...












한국의 부산 해운대에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는 나는 할머니로 통하며

포켓몬 커뮤니티에서는 조금 얼굴이 알려졌다고 혼자서 믿고 있는데

이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에는 레이드를 하려고 나가면 항상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언제나 반갑게 인사도 하고 특히 초등 중등 사이에서는 대접도 받아

이런 어린아이들은 누구의 자식일까 그들 부모가 멋져 보이기까지 했었다.

몇 달 만에 만나게 되어도 내 흰머리가 특징인지 바로 알아봐 주었는데

내가 몰라서 버벅거리면 얼른 먼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음씨에

감동에 고마움까지 그냥 넘치게 받으면서 한국의 따스함을 느꼈다.












일본 고베 산노미야의 시청 근처 큰 공원에 레이드가 있다고 해서 갔더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여 있어 미국에서 하던 식으로 인사를 했었다.

그랬더니 그 중장년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는 안 봤다는 듯이

뒤 돌아 서든지 슬금슬금 자리를 떠나더니 내가 가니까 다시 돌아왔다.

그 순간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데 그 분위기가 칙칙하니 꼬질한게

왠지 이 게임을 하는 걸로 이들과 같은 부류에 같은 꼴이 되는 것인가 해서

다시는 일본에서는 레이드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어쩌다 고베의 유명한 관광지인 우미에라는 곳에서 레이드가 있기에

나도 이참에 하자고 보니 참가자는 많은데 모여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어디에 있는지 시작하자마자 화면을 두둘이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기둥 사이에 있거나 벽을 보고 서서 폰의 화면을 두둘이고 있었다.

회사원 같이 보이는 젊은이 세명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말을 걸었더니

정말 약속을 한 듯이 화면은 두둘여 가면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이들은 왜 나를 피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금도 답을 모르겠다.












미국은 대학 근처에 사는데 레이드가 있다는 장소에 가면 먼저 인사를 한다.

험하게 생긴 얼굴도 거대한 몸집의 회사원도 다들 웃으면서 말을 거는데

난 인사까지 하고 얼른 아들의 뒤로 피하면 아들이 대화에 끼어 정보를 얻는다.

이건 한국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이 포켓몬은 무엇이 특징인지 하면서

잡아야 하는 이유나 다음 레이드는 어디에 있는데 같이 갈 건지 하는 것을

회사원은 잠시 빠져나온 것이라는 그런 대화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잡고 나면 얼마나 센 것인지 등에 모두가 축하한다고 하면서

다음에 봅시다 하며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데 한국에서도 거의 같은 방식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도 내가 버벅거리면서 레이드를 시작하지 못하면

누구든지 알려 주려고 내 폰을 봐주는데 영어로 설명을 빠르게 하는 것이 겁나

가능한 혼자서 해결을 하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설명을 들을 수가 있어서

초등학생에게도 회사원에게도 서슴없이 물어보면 귀찮다는 표정 없이 해 줬다.


잠깐이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여서 행동하니 동료 같은 기분도 드는데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낄 수 있도록 만든 이 게임은 혼자 지내는 나에겐 최고이다.

그런데 이런 모임에서 벽을 보고 서 있는 사람들은 거북한 게임이 아닐까 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나와서 햇볕을 받고 있으니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산의 한 중학생은 할머니 같은 내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는지

중계방송을 하듯 계속 알려주는데 어느 집 자식인지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컸다.

엄청나게 탐나는 이런 자상한 아이들과 레이드를 한다고 사진을 찍어서

내 아이들에게 보여 줬더니 웃으며 엄마가 알아서 피해 줘야 하지 않을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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