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소비
돈을 잘 쓰지 않는 것이 나의 특징이다.
사실 들어가는 아이들의 학비를 생각하면 쓸 여유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쓰고 싶은데 모자란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친구는 내가 부자라고 하는데 그럴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싸 모아도 친구 집 값의 반도 안되는데
그런 친구가 나에게 경제적으로 여유롭다고 보는 것은
내가 물건에 흥미는 있어 하면서도 사려고 하지 않아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난 그냥 접고 들어간다.
친구들에겐 있고 나에게는 없어 그들이 하는 말에 따라가기 힘든 적이 많은데
이럴 때 난 가진 척이나 가져본 척을 하지 않고 없다는 것이나 모른다는 것을 그냥 말해 버린다.
그리고 나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도 그대로 부럽다고 말하는데
내가 가진 것을 부럽다고 하는 말은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에 얼른 납득이 된다.
어릴 적 아이들의 옷은 거의 얻어 입혔다.
한 계절이 지나면 입힐 수 없는 옷들을 사야 하는 것이 너무 아까웠고
주변에 아이들의 옷을 예쁘게 멋지게 입히는 엄마들이 많아서 미리미리 예약을 하고 받아 입혔다.
버리는 옷이 아니고 달라고 졸라서 얻은 것들로 덕분에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을 입혔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지금도 옷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내 손으로 직접 사지는 않아도 아이들 만화책이나 장난감 게임기까지 부족함이 없었는데
지금도 벽장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들에는 전 주인들이 있어 추억을 두배로 만들어 준다.
돈을 안 쓰면서 안 쓰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서 난 부자인 것 같다.
초등학생 딸이 엄마와 물건을 사러 가면 반드시 안 사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사고 싶다는 충동이 생기면 집에 대신할 것은 없냐며 놔둘 곳은 있는지 묻고는
당장 사지 말고 조금 더 참아 보자고 시간을 끌었다.
그래도 사고 싶다고 해서 다시 갔을 때 팔려 없거나 다른 흠을 찾아내면
아쉬움 보단 돈이 굳었구나 하던지 집안을 넓게 쓰겠구나 했다.
이렇게 살게 되니 내 집안에 값나가는 것은 없는데
그 대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데 필요한 것들은 모두 다 가지고 있다.
넘쳐나게 살아 본 적도 없지만 넘쳐나게 살면 그 피곤이 더 힘들 것 같아 소유라는 것을 피한다.
값이 비싼 물건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당연히 좋아야 하니 특별할 것도 없는데
비싼 만큼 조심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엄청 짜증이 날 것 같으며
그것을 보관하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보관하는데 자리도 차지할 것이다.
결국 내가 내 돈을 들여서 나를 구속시키는 일을 만들었다는 것이 된다.
이런 소비가 나에게 행동의 자유를 만들어 줬다.
밥상을 차릴 때 어떤 그릇으로 할 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커피잔이 별로라고 하는 친구에게도 다른 잔이 없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고
외출을 할 때도 무엇을 입을 까에 대한 망설임을 할 필요가 없다.
집안에도 가구가 적어서 평수보단 넓게 쓸 수 있어 좋고 청소도 간단하며
굵게 쓰이는 비용이 적으니 작게 들어가는 비용에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뭔가를 사게 되면 부담이 되고 후회할 까 봐 안 사는데 그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내가 생각하는 물건의 자랑은 값도 싸면서 마음에도 들었을 때에 하는 것으로
발이 불어 터질 정도로 돌아다니고도 아무것도 손이 쥐는 것이 없을 때 가장 기쁘다.
어릴 적부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좋아하는데
난 이제까지 거절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정말 부자인 것이 확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