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잔머리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다 커도 눈 앞에 있으면 모두 먹어 치우는데
그러고 나면 사다 놓은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입이 심심하거나 단것이 생각나면 찾는데 찾을 걸 알아서 사다 놓고는
한 번에 다 먹지 못하게 아이들을 위해서 적게 나누어 여기저기 감춰 놓는다.
그럼 아이들은 당연히 어딘가에 감춰 둔 것이 있을 거라며 뒤지며 묻는데
저번이 마지막이었다고 해도 뒤지는 것을 보면 찾는 것도 즐기는 것 같다.
이번에도 일본으로 돌아온 지 1주일도 안되었는데
아이들은 당연히 어딘가에 감춰 둔 것이 있을 거라며 뒤지고
알아서 찾아 먹고는 또 어딘가에 감춰 둔 것이 있냐고 묻는데
딸과 아들은 따로따로 은밀하게 나에게 장소를 물으며
각자 찾아낸 것은 조용히 혼자서 먹어버렸다고 한다.
딸은 한 봉지를 찾아내었고 아들은 두 봉지를 찾아 책상 서랍에 감췄다고 해
딸에게 아직 감춰져 있는 쵸코렛의 장소를 알려 줬다.
떠나기 전날에 서둘러 감춰 둔 장소가 다행히도 기억나 알려주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는지에는 자신이 없어서 다음부터는 메모를 해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졸업하고 처음으로 여고 동창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이 사는 사람에게 꼭 가고 싶다고 하니 자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해
3학년 딸에게 유치원생 아들을 부탁해 봤더니 자신 있게 그러라고 했다.
몰라서 대범한 건지 딸은 엄청난 임무에 의욕에 불타서 동생을 챙기는데
내가 나를 속이며 당연히 그 말을 그대로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동창회라는 것을 해 보려고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엄마가 되어서 아이들을 이렇게 팽개쳐 두는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에
아이들이 엄마가 없어 가지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건지를 궁리했는데
그때 한 것이 일종의 보몰 찾기였다.
아이들은 뭔가에 흥미가 생기면 3시간 정도는 잘 견디는 것 같았다.
그 이상이 지나면 자신의 세계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때 내가 없으면 불안하고 그래서 흔들려 공포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없는 듯한 어른은 있으니 외부적인 것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3시간마다 한 번씩 보물 찾기를 해서 관심을 끌게 만들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내 손으로 사는 일이 없던 만화 잡지나 게임 전략 본 등과 장난감을 과자와 같이 싸서
8군데에 나누어 감춰 두고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적어 두었다.
토요일 한국에서 동창들과 만나니 정말 타임머신을 탄 듯이 고교시절로 돌아 가
내가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생각을 쉽게 잊도록 만들어 줬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정신을 차려 호텔 로비에 있는 국제전화기를 붙들고
아이들에게 메모지에 적힌 순서를 보면서 찾아보라고 했었다.
꽉 차는 1박 2일 동안 서너 시간에 한 번씩 전화를 해서 알려 줬는데
만화 잡지를 보고 있을 때엔 또 하면서 지금도 좋은데 하더니
스티커나 먹을 것만 있는 것을 찾았을 때엔 전화를 기다렸다고 했었다.
이렇게 하는 동안 아이들은 시무룩하게 될 짬이 없었는지
전화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게 통통 튀면서 엄마 최고! 를 외쳤는데
그래서 나도 마음의 부담감을 확 내려놓고 동창들과 떠들 수 있었다.
동생을 돌보는 딸을 위해서 별도의 선물도 감춰두고
아들이 누나 말을 잘 들었다고 하면 줘야지 하는 것도 마련해 두었었다.
다음날 동창들과 점심을 먹고 한참을 노닥거리고 나서 헤어졌는데
공항에서 아이들에게 이제 집으로 간다며 하나 남은 것을 찾아보라고 하니
딸이 벌써 집에 오냐고 하더니 더 있어도 되는데 했다.
엄마가 집에 오면 이런 건 없겠네 하며...
이런 재미에 중독이 되어 있는 아이들은 은근히 지금도 즐기는데
집안의 훌륭한 전통으로 남겨져 후세에 전해 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