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16

중년이 하는 응원

by seungmom

한동안 낮 12시부터 아들의 함성과 실망에 정신이 없었다.


7월 4일 월요일 독립기념일이어서 휴일이다.

딸은 3일간의 연휴 중 이틀을 축구의 지배에 구속을 받았다.

아들은 작정하고 목요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의 시합 시간에 자신을 부르지 말라며

이틀간의 시합이 자신에게는 결승전보다 진지하다며 우리 둘을 교육시켜 왔다.


이탈리아와 독일이 경기하는 날에는 연휴의 기분을 느끼려는 딸과 근처의 카페에 앉아

열심히 버틴다면서 버티다가 불편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끌었는데

시합은 아직 끝내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이탈리아를 응원하는 아들의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 시합이 승부차기가 되니 같이 보자며 부르는데...


난 시합을 아들과 같이 보면서 대화가 가능할 정도는 되는데

한국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게 되면 열정적인 관심으로 응원하지만 그게 아니면 쫌 시큰둥하다.

어느 편이든 응원을 하는 의미가 가느다란 실오라기라도 나와 연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 시합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


승부차기가 시작되어 빨리 끝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아들의 의자에 기대어 서서

공을 받아 내는 골키퍼의 실력에 안심을 하다가 실수를 하는 선수에 한숨을 쉬었다.

점점 이 긴장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데 5번씩 공을 차고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

난 내가 왜 이러고 서서 가슴을 조이며 다리를 후들거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자식이 공을 차는 것도 아니고 이 시합에 배팅을 한 것도 아닌데...


7번씩 공을 차고 나서야 내가 이렇게 살 떨리게 초조한 이유를 알았다.

아들이 원하는 팀에서 난 눈을 감고 거의 애원을 하면서

졌으면 하는 팀에게는 저주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고작 아들이 원하고 그래서 웃게 되는 얼굴을 보자고 이 요란을 떤 건데

결국엔 9번째의 승부차기에서 아들이 원하는 팀이 졌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며 망설이는데 아들은 그냥 차분하다.

그래도 열심히 응원한 팀였는데 지니까 왠지 안타까워 운이 없었나 보다 하니

나에게 정색을 하면서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운을 말하면 노력은 어떻게 되냐고 한다.

다들 그만한 실력을 키우느라고 무진장 노력을 했을 거라고...

나는 혼나면서도 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프랑스와 아이슬란드의 경기에서는 처음부터 마음을 정하도록 골이 터지더니

아이슬란드를 응원하라던 아들은 경기가 끝나고 터지는 박수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아이슬란드가 8강 확정 때에 아들이 보여줘서 알았던 나도 손뼉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는데

놀래서 방에서 나온 딸에게 우리 둘은 팀은 비록 졌지만 열정적으로 응원한 것을 보여줬다.








매거진의 이전글1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