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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Sep 02. 2016

생각의 탄력

중년의 부모

갑자기 가라앉기 시작한 것들이 언젠가는 되돌아오겠지 했다.

그건 60대의 생각이었다.

이미 80이 넘어 스스로 90이 다 되었다고 하는 생각은 꼼짝을 안 한다.


가슴이 꽉 막혀 다 뒤집어엎어 전부 없던 것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 중에

자식은 그래도 커가는 미래가 있어서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헌데 부모님은 정말 없던 것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먹해졌다.

아직은 살아 있는데 죽은 사람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데

숨 쉬고 계시면서도 죽은 사람처럼 행동하신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었던 삶이 도리어 방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난 그분들의 자식이지만 그분들이 주었던 비참함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는데

전쟁도 겪으신 분들이 지금의 자신을 참아내지 못하시고 무뎌진다.


자식의 입장에서 이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미국에서 실버타운의 신청을 하고 일본에 와서 들랑거리며 계약금을 내고 

잔금을 내려고 집을 내놓고 공간이 반으로 작아져 집안 물건을 모두 한 번은 꺼내어 확인하고

이사를 해서 반이상 줄인 짐을 쓰기 편하게 해 드리려고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저 장남이 최고라면서 하나뿐인 딸이 일하고 있는데 

장남이 쓸지도 모르니 장남에게 물어보라고 하시면서 힘이 빠지게 만들더니

차남과 내가 사다 놓은 것들도 다 장남이 사다 놓은 것이라며 자랑을 하신다.


생각이라는 것은 굉장한 힘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내 몸은 지금 완전히 방전이 된 상태인데 생각이 해야 하는 것을 깨우쳐 주고

그럼 어딘가에 남아 있었는지 몸은 삐걱거리면서도 움직이고 있었다.

눈빛도 의욕도 생각이 먼저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생각이 늙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몸은 늙어도... 하는 말이 쓸데없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늙어도 마음이 젊어야 늙어진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그러려면 생각의 탄력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젊은이들의 말도 수용하고 시대의 흐름에도 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의 아버지는 1900년대에 최고의 삶은 사셨고 그래서 그 시간이 그리우신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과 그래서 그곳에서 서성이면 안 된다는 것을

느린 속도라도 앞으로 가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확실해졌다.

그래야 움직이게 되고 

그래야 건강을 유지하고 

그래야 자식에게 부담을 덜 주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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