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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Sep 09. 2016

마음에 드는 자식

중년의 시기

이제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반으로 줄어든 공간을 위해서 집안의 물건을 반으로 줄였는데

실버타운으로 이사를 하고 펼쳐 놓으려니 물건이 너무 많다.

집안의 물건에 관심이 없는 아버지는 버리라고 하시고

집안의 물건을 직접 사신 엄마는 버리지 말라고 하신다.


한집에서 35년을 사셔서 덕분에 물건이나 가구들이 꼼짝을 안 했었는데

버린다고 뒤져서 버렸는데도 버릴 것들이 또 나왔다.

묵은 먼지를 일일이 떨어서 확인하고 쓰기 좋게 궁리해서 넣어 두는 일은

버리면서 했던 이사 준비와는 달리 시간이 많이 걸려 10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해 둬야 하는 것들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한다.


이런 일들을 매일 하면서도 일본으로 가기 전에 마쳤으면 하는 욕심으로 용을 쓰는데

엄마의 장남 사랑이 일하는 나에게 들으라고 하시는 건지 그냥 하는 소리인지

땀을 범벅으로 허리가 아프다고 느끼면서도 하고 있는 나를 힘 빠지게 만든다.


두 아들은 바쁜 사람들이다.

그래도 차남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와서 같이 땀을 닦아가면서 일을 했고

이사하는 당일은 일찍 마치고 와서 도와 많은 힘이 되었다.

장남은 그냥 얼굴을 내밀고 잠깐 아버지와 담소를 15분 정도 하고 가는데

차남이 힘 있는 형도 거들라고 하니 그런 일은 못한다는 말에 

그날은 일을 더 하지 말자며 나에게도 그만 가자고 화를 냈었다.


전화 한 통으로 하는 장남의 인사치레에 이런 효자가 없다고 하시면서

그저 일을 하는 나를 보면서 넌 일을 하는 팔자 인가 보구나 하셨다.

난 아직도 당연히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 자식인 듯하다.


누가 열 손가락이 다 아프다고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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