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입장
한 집안의 물건을 모두 늘어놨다가 다시 접어 넣었다면 믿어 줄까...
난 정말 보름 만에 그렇게 해 놓았다.
부모님의 살림살이를
부모님의 삶의 흔적을
자식인 내가 귀중한 것인지 필요할 것인지 등을 판단해 가면서
버리고 추려서 쓰기 좋게 해 두었다.
그 쓰기 좋게 해 두었다는 것도 내가 하는 생각일 수도 있어
망설이면서 머뭇거렸는데 하루하루가 지나니 속도가 붙어서
버려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관두게 되었고
그래서 홀가분해지는 나를 위해서 더 열심히 물건을 줄였다.
이런 것들이 다 부모님이 시간과 돈을 들여 장만한 것인데
그 물건의 주인이 관심을 거두게 되니 그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 뿐이었다.
나도 나중에 내 손으로 하나씩 사 들였던 것들을
버려질 때엔 자식의 손을 빌려 처분하게 될 건지...
시간이 갈수록 값이 나가는 골동품 같은 것이 아니라면
그저 자식들에게 수고를 더 하도록 만드는 역할만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반으로 줄어든 실버타운은 물건이 손에 닿는 곳에 있으니 편해하시고
자주 쓰게 되는 것들만 늘어놓으니 머리가 복잡하지 않은지 움직임이 빨라졌다.
엄마는 머뭇거림이 없이 커피를 타 오시며 쟁반이 예쁘다고 자랑하시고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주워온 나뭇잎을 식탁위에 장식해 두셨는데
이사 와서 약이 없이도 잠을 잔다고 하는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일을 벌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해 보니 이 나이에 할 일은 아닌 것 같이 힘에 부쳤는데
그래서 나의 자식들은 나를 위해서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를 중심으로 나의 부모님과 나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입장으로 나에게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