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낸 선물

중년의 갈등

by seungmom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엄마를 은퇴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더 같이 있어 달라고 하지 않아 섭섭해하면서도

난 나를 위해서 홀가분해지자고 마음을 굳게 먹으며

아이들의 문제는 이제 내 손을 떠난 것이라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부모님의 일이 그 빈자리에 끼어 들어왔다.

마냥 좋다던 장남이 곁에 있어 뒷전에서 서성거렸는데

아이들의 일을 놓으니 부모님의 상황이 심각하게 다가왔다.

그저 불편한 생활을 바꿔 드리려고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보니

아이들을 밀어낸 자리에 부모님이 들어와 있었다.


나를 찾으려고 시작했는데

부모님의 표정에 아이들의 음성에 더 신경이 쓰인다.


살아가는 것이 이런 것인가...

잠시도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맑게 개인 하늘처럼 마음이 확 뜨여

그 자체 그대로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되는 순수한 삶을 살아 보고 싶다.


30년 지기의 일본인 친구가 선물을 택배로 보내왔다.

오래전에 받았던 헝겊으로 된 가방이 마음에 들어 잘 쓰고 있는데

이 친구 나이가 들어서 감이 떨어지는 것인지 가방을 자꾸 보낸다.

난 가방이 패션이 아니고 필요한 도구여서 하나로 충분한데

내가 자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볼 때마다 사서 보낸다.


또 머리를 굴려야 한다.

애써 보낸 것을 버릴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주려고 하니 떠 맡기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쓰려니 집안에 가방만 있는 것 같아 갑갑하다.

받은 선물을 쓸 마음도 없는데 고맙다고 잘 쓰겠다고 하려니 찔리고

그렇다고 안 쓰겠다고 하면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걸린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서 욕심을 내려놓으며 편해지길 바랐는데

다 내려놓아도 불편해지는 일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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