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에 자리 잡은 혹

중년의 건강

by seungmom

팔꿈치에 뼈가 튀어나온 것 같아 보이던 것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통통한 팔이 젊은이들 같은 각을 만들어 주어서 좋아 보였는데

그것이 커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니 불안한 기분이 볼 때마다 들었다.


만져 보더니 뼈가 아니고 혹이라고 하는데 뼈 사진을 찍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스스로 내가 어른스럽게 나를 다스리면서 무엇을 각오해야 하는지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면 꼭 해야 할 것이다 라고

마취라는 좋은 것도 있으며

이 정도는 간단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공포의 두려움을 거두어 내려고 집중을 했다.


그래도 덜컥 겁을 먹은 나는 지금은 아니라고 병원에서 도망을 치고 보니

더 커지고 그 커진 것을 떼어낸다면 일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어른스럽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더니 받아들이는 용기는 없었나 하며

유리창에 스치듯이 비쳐 보이는 내 팔꿈치가 계속 신경에 쓰이고 걱정이 되었다.


생각보다 커져서 이렇게 미뤘던 나를 원망하며 후회할 것만 같아

다음날 당장 달려가 아프지 않은데 초음파 검사를 더 받아보고 떼어 내기로 했다.

초음파의 검사로 작은 물혹인 것 같다고 하면서 이대로 그냥 있을 수도 있겠지만

커질 수도 있다고 하며 아프지도 않으니 언제 하든 알아서 결정을 하라고 했는데

저녁에 수술을 한다고 약속을 하고 간단한 수술이라는 대답을 수없이 받아내고

호텔로 돌아와 친구에게 내가 저녁에 무엇을 어디에서 하는지 메시지로 보냈다.


어둑해지는 거리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생각을 했다.

그래도 마취를 하는 일인데 이렇게 혼자서 가도 되는 건지 하면서

그렇다고 불러서 앉혀 놓은 수 있는 친구에게 불편을 주기도 싫지 않냐고 자문자답을 했다.


대학 때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는데 그때 꿰매면서 수없이 마취를 해야 했던 일이 있어서

마취가 잘 듣지 않는 것 같더라고 하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묵직한 의사의 목소리와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는 간호원에게 매달리듯이 의지하며

수술이 시작되었다.


절개를 하고 조금 있다가 작은 그 혹이 뼈에 딱 붙어 있다고 하면서 떼어 내겠다고 하는데

그 고통은 뼈가 돌 사이에서 짓눌리는 것 같은 고문에 가까운 통증이었다.

의사도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하는데 난 참으려고 나오는 신음도 삼키려니 서러워 눈물이 나고

예상보다 두배는 길어진 수술 시간 동안 무수히 마취를 하게 되었다.

다 마쳤다고 하면서 봉합을 하는데도 바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움찔하며 알아 체니

그렇게 마취를 하고도 느끼냐고 했다.


이럴 줄 알고 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하려고 준비해 온 헤드폰을 끼고 누웠었는데

들려야 할 음악은 점점 사라지고 온몸의 신경은 팔꿈치에 집중하고 있어

더 예민해지는 신경은 나를 떠나서 듣고 싶지 않은 것만 알려 줬었다.


일주일이 지나서 아버지의 일로 온 여정을 실밥을 뽑고 간다고 연기를 시켰다.

난 둘째를 낳고 나서는 병원에 다닌일이 찾기도 힘들 정도로 없었는데

올해는 봄에 발에 반 깁스를 했었고 늦가을에는 팔에 반 깁스를 하고 일주일을 보냈다.

덕분에 아무것도 안 하고 곁에 와 준 친구와 시간을 보냈는데

깁스를 풀고 조금씩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니 이제야 여기 온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보였다.


다행히도 왼팔을 수술해서 오른팔이 활약을 했는데

한 팔로도 세수도 머리도 감을 수 있었고 굽어진 팔에는 옷 입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이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말이 이런 것이었구나 했다.


TV 없이 살던 나는 호텔에 있는 커다란 TV 화면을 즐기고 있는데

보던 다큐가 울컥하는 감동을 주어 눈물이 흐르니 갑자기 수술한 팔꿈치가 따끔거렸다.

내가 수술을 하고 이러고 늘어져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인지

감동이라는 것은 전신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지

아직 쭉 펼 수는 없는 팔이 잠시 잊고 있던 나를 나무랐다.










매거진의 이전글친구가 보낸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