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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pr 07. 2017

아버지의 휴대폰

중년의 걱정

일본의 집 전화가 울려 받으면 꺼지고 또 울리고를 반복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조금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장난의 전화인 것도 같으면서 끊어지고 다시 울리는 것을 보면

받아 주기를 바라는 것도 같은데 하다가 겨우 연결이 되어 받았다.

일본말로 여보세요 하니 저쪽에서도 일본말로 대답을 하는데

그 목소리는 한국에 계신 아버지...


아버지는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다고 하시며

그런 전화가 자꾸 나에게 간다면서 왜 그러냐고 하셨다.

어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떠나면서 본 목련꽃이 아직이냐고 

주변의 변화를 조금은 느끼시라고 비싼 국제전화를 걸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전화번호가 마지막으로 한 통화로 맨 위에 뜨고 그것을 누르셨는지

아버지는 내가 휴대폰을 이렇게 만든 것 같다고 하시면서 원망을 하셨다.


아버지께 연락처를 눌러서 택시를 찾으라고 했더니 다시 벨은 울리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버지와 난 ipad의 페이스 타임으로 소통을 했었다.

한국과 일본의 전화요금은 한국과 미국의 전화요금의 몇 배가 되어 

일본에서는 가능한 국제 전화는 하지 않으려고 ipad를 사드린 건데

언제부터인지 아예 있다는 것도 잊어서 메시지도 전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떠 밀리듯이 나와 한국에 와 보니 이렇게 좋은 것이 많은 이 시대에

두 분의 휴대폰은 대리점에서도 보고 놀래는 아주 오래된 골동품 같은 것으로

노안으로 돋보기를 끼고도 잘 보이지도 않은 작은 글씨가 답답해 보여

글자도 크고 단순해 쓰기 좋은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폰으로 바꿔 드렸더니 

빠른 적응으로 편하게 쓰시면서 이런 것도 있었냐며 볼 때마다 좋아하셨었다.


그것을 이번에 국제전화를 대신해서 휴대폰으로 카톡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간단하게 되어 있다는 스마트 폴더폰으로 바꿨는데 그것을 혼란스러워하시더니 

결국 화를 내시면서 저번에 쓰던 것으로 돌려놓으라고 짜증을 내셨다.

손놀림이 마음대로 안되어 친구의 번호가 지워졌다고 하시는데

전화부에는 번호가 그대로 있다고 해도 쓰기가 힘드셨는지 돌려놓으라고 하셨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쓰셨던 효도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대로 앉은자리에서 바꿔 개통해 드리고 나중에 대리점에 가서 해결을 했었다.


얼른 생각하면 이런 정도도...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의 세상은 정말 황당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나도 여러 번 경험을 했었다.

내가 아버지의 나이가 되면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을 텐데...

그냥 그저 걱정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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