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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Oct 12. 2016

죽음의 가르침

중년의 시간

얼마 전까지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신경도 안 쓰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불편하지도 않아 너무 편하게 쉽게 시간을 쓰고 살았던 것이

이번엔 신기하게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월요일이 되어서 출근들을 해야 할 텐데 비가 오는구나 하며

벌써 10월이...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건지 처음엔 신기하더니 지금은 도리어 걱정이 된다.

시간이 나에게 중요해진다는 건데...


이사 후유증으로 계속 골골대는 나에게 재일동포 지인이 병문안으로 들려서

심심하면 보라고 자신은 무척 감동하며 봤다는 CD를 놓고 갔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였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가라앉고 있는 기분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지만

화창하게 해가 떠 있는 대낮에 일부러 가지고 온 성의의 보답으로 보고는

엄청 울어 휴지 한통을 없애고도 할머니가 주저앉아 버린 그 모습에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실버타운에 부모님의 짐을 풀면서 인생의 끝자락을 경험하고 왔는데

이젠 아예 마침표를 찍듯이 죽음이 오는 순간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내가 나의 시간으로 돌아와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들이닥친 것인데

덕분에 난 내가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했었나 보다.


죽음이 온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올바르게 살아간다고 했었다.

나도 그 말을 이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믿고 그렇게 살았었는데

이 나이가 되고 이런 것들이 나를 죽음과 묶어 두려고 하니

어느 것도 살아야 하는 의미나 가치를 나에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

이럴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했었는데..


죽음이 온다는 전제는 잊고 있어야 살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죽음은 그냥 놔두고

남아 있는 시간을 길게 늘려 쓰라고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온 것 같다고

그래서 시간이 전과 다르게 나에게 인식되는 것인지

석 달씩 잘라서 생각하던 시간이 한 달로도 아까워 일주일로 작아졌다.

덕분에 엄청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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