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

중년의 혼돈

by seungmom

30년 지기의 한국 친구가 자신의 친구를 데리고 가도 되냐고 하는데...

전에 했던 경험으로 주저하니 이 친구의 친구(친친구)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여러 번 놀러 오라고 해도 오지 않았던 친구가 자신의 친구를 데리고 가겠다고

그 친구는 자신과 잘 맞아서 같이 여행도 다녔었다고 하는데

혼자서는 힘들었던 것이 동행이 있으니 오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 그러라고 했었다.


공항버스에서 내리는 친구를 보니 엄청 색다른 기분으로 반가웠는데

화기애애하게 첫날 새벽까지 떠들면서 복닥거리는 한국적인 분위기가 좋아

친구들이 이렇게 와 있을 장소가 있어 좋다는 말에 언제든지 그러라고 했었다.


다음날 아침 친친구가 자기 손으로 뜬 옷을 자랑하면서 일본실이라 색이 좋다고 하더니

아직 한국의 털실은 일본의 털실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하며 대 놓고 비교를 했다.

나는 얼른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신의 말을 확실하게 증명하려고 서울의 털실 시장을 모두 다 뒤졌다며

한국의 실은 색감이 일본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더 처절하게 짓뭉갰다.


증명 같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고 그저 비교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일본 것이 그렇게 좋더라도 한국 것과 비교는 하지 말라고 더욱이 내 집에서...


한국의 최고 대학을 나오고 미국에서 심리학 석사를 했다고 하면서 공부가 가장 쉽다는 친친구는

일본 것이 더 좋은데 한국 것보다 좋다고 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냐고 하면서

한국 것이 더 좋으면 그땐 당연히 그렇다고 말을 하지만 색에 대해선 일본 것이 좋다고 한다.

내 나라의 일을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하니 내 나라이니까 정확하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내가 일본을 싫어한다고 모든 것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며 강요하지 말라고 하며

일종에 이것도 나의 열등감이라며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물건의 품질이 아직 뒤쳐지는 것은 일본보다 늦게 산업이 발전해서 이고

당연히 같은 시점에서 같은 인구수로 시작했다면 한국의 털실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좋았을 거라며

남의 나라를 빼앗아 일으킨 것에 내 나라의 것들을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하니

전쟁을 일으킨 것은 나쁘지만 그런 역사를 만든 조상을 탓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난 아니다.

적어도 내 나라이니까 조금은 감싸주고 덮어 주면서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7살 아래의 친친구는 자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 더 열을 올리는 것 같고

난 일본 것이 좋으면 그만이지 왜 한국에 비교를 해가며 말을 하냐고 하는 것인데...


그저 한국의 실이 나쁘다고 하면 난 그냥 사실 그대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넘어가는데

일본의 실보다... 하면서 일본에 비교를 하면 달라진다.

조상을 걸고 싸울 의향이 있는 나에게...


한참을 이러고 있는데 샤워를 하고 나온 친구는 앞뒤의 사정도 모르면서 중재를 하고

난 짜증이 폭발을 해서 이렇게는 힘들겠다며 다음부터는 오지 말아 달라고 했더니

친친구는 자기가 거지냐고 하더니 자기도 돈이 있다며 호텔에 갈 수도 있다고 하고

친구는 내가 한 말은 너무 하다고 하면서 친친구에게 내가 일본에 대해 민감하다고 하는데

쩔쩔매는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친구의 입장이 곤란해지겠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이 친친구는 전에 했던 경험을 다시 하도록 만들어 줬는데

친구가 없을 때 엄청난 배려를 한다는 듯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라며 잠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한번 거절을 했으면 알아 들었을 텐데 그냥 찔러보는 건지 다음날 또...


친구가 상상하는 내 모습이 전혀 달라 한번은 직접 와서 보라고 권했는데

처음으로 내가 사는 곳에 온 이 친구는 내가 사는 모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 친친구와 같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에 더 바빴다.

이제까지 알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이제까지 내가 몰랐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물건에 관심이 없는 나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생활 터전이

그저 한국보다 싸게 물건을 구입하는데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이 마음고생 덕분에 간접적인 강남 스타일을 맞보았다.

강남에 사는 두 사람의 관심사에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 거의 없어

이야기 도중에 설명을 들어야 겨우 상표인지 물건 이름인지 구분이 되었는데

사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런 것이 이제까지 나와 같이 떠들어 온 친구가 정말 이 친구였나 하는 의문이 드니

나와의 대화에서 강남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은 다 배려였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내 친구는 나에게 맞추느라고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오냐고 하기에

친구의 친구니까 친구인 셈이라고 시원하게 한마디로 정리를 했지만...


오랜 시간 친구로 알고 지냈던 그런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한다면

나에게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친구의 친구는 그 친구의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이긴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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