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애착
내 물건이라는 것에 난 무척이나 애정을 쏟는 것 같다.
20년 전에 만들어 썼던 노트북 주머니를 뜯어서 다시 만들려고 하는데
그냥 사는 편이 훨씬 나아 보이는데도 시간을 들여서 실밥을 뽑는다.
단지 그저 내가 썼던 것이라는 지난 세월의 정에 끌려서
그 주머니가 쓸모없는 것으로 보잘것없는 것으로 굴러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내가 얼마 쓰지 않았던 것에는 이렇게 요란을 떨지 않는데
그건 같이 지내면서 쌓이는 정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썼던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 끌려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도 싫다.
미국에 갈 때엔 이렇게 긴 시간을 생각하지 않아서 쓰던 것들을 그대로 두었었는데
약 10년 후 혼자 돌아와 아이들의 물건들 중 어릴 적 기억에 도움이 되는 최소한을 남기고
읽었던 그림책부터 사전까지 이름이 적힌 모든 것을 직접 소각장까지 가져가 태워버렸다.
버려지는 것은 같으나 집 앞에 버리면 그것들이 소각장까지 가는데 여러 다른 것들과 섞이고
그러면서 내 아이들이 소중하게 썼던 물건들의 이름이 쓰레기로 바뀐다는 것이 싫었으며
고맙게 잘 썼던 물건들이 흔적이 없게 사라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었다.
물건이라는 것은 그저 물건일 뿐이라고 쓰이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난 내 손에 들어온 것은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쓰는데...
새로운 기능이 필요해 다시 사면서 두 개나 가지고 있을 것은 아니라고 넘긴 건데
내 손을 떠나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썼던 태블릿을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자는 생각에 건넸다.
덕분에 2년을 얼굴을 보면서 떠들어 언제나 가까이 있는 기분을 즐겼었는데
그 태블릿을 정말 오랜만에 내 눈으로 보고는...
가죽 뚜껑이 본연의 색이 흐릿해진 것은 많이 썼다는 증거로 그렇다고 치더라도
뒷 표면이 찍혀서 울퉁불퉁해진 것을 봤을 때엔 뭔가에 얻어맞은 기분으로
내 손 안에서 지냈다면 이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무척 미안해졌다.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를 찾으니 내가 조금이나마 써서 정이 들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물건의 역할을 하지도 못하게 놔두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부모님은 부유하시고 좋아하셔서 엄청 물건이 많았는데 그런 그 물건들은
실버타운으로 이사를 할 때 그 물건을 고르고 사셨던 주인의 손이 아닌 손으로
가치가 정해지고 정리되어 버려지며 쓰레기가 되는 것을 경험했다.
남들이 알아주는 비싼 물건도 주인을 떠나면 이런 취급을 받는데
내 물건들은 그저 나에게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것들이어서...
난 내가 아끼며 쓰던 물건들은 내가 다 처분하고 죽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신이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가진 물건을 서서히 줄여 간다면
내가 갑자기 죽어도 주인이 없어 쓰레기 취급을 받는 물건은 적지 않을까 한다.
내가 쓰면서 정이 들였던 것들에게 고마웠다는 작별 인사는 하고 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