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로 정했다.

아궁 화산!

by seungmom

7월 24일 아이들이 있는 미국에서

내가 정한 여행지의 호텔과 비행기 예약하고 지불을 마쳤다.

거의 2년의 망설임이 멈춘 것이다.

정하고 나니 갈팡질팡하던 여러 가지가 반으로 줄어든 듯해서 기분은 가벼워져

아무 관심도 없는 아들에게 발리가 어떠냐며 반응을 기대하고

나 스스로에게도 결정에 대한 다짐을 되새기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10월 12일 떠나서 11월 2일 돌아온다.

매일 열심히 움직일 만큼 체력이 좋을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텔에서 하는 이벤트만 이틀에 하나씩 해도 지겹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호텔의 수영장에서 걷기만 열심히 해도 본전은 찾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동남아시아 나라를 경험한다는 것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60번째 생일 선물이라고 뿌듯하게 예약을 했었다.


떠날 것이라고 나를 위해서 한 번은 해 볼 거라고

여기저기 광고를 하고 다녔던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것을 또 내가 무시하는 그런 짓은 하지 말자고 오기를 부렸다.

막상 다 저지르고 나니 이젠 어떤 마음으로 떠나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는데

점점 즐거워지고 기대를 하고 있는 내가 느껴져 스스로 만족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혼자서 즐기는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미안해서

아이들과 있는 동안에는 가능한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했는데

공항에서 호텔로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늦고 지리도 모르고 해서

호텔에 공항으로 데리러 와 달라는 메일을 쓰는데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영어의 문제가 생긴다.


9월 25일 밤에 미국을 떠났다.

한동안 떠나는 준비에 무척 바빠서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9월 27일 일본에 도착하고 다음날 한국의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받았다.

네가 간다는 곳이 발리가 맞는 거니? 하면서 화산 이야기를 전했다.


어쩜 몇 년을 고민하면서 정한 곳인데 딱 그곳이 이 시점에서 터지려고 하는지...

그것도 내가 예약을 해 둔 곳은 공항에서 두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곳으로

공항보다 아궁 화산에 가까운 곳이었다.


나는 나름 붐비지 않고 조용하게 호텔 안에서 빈둥거리면 좋겠다고

그래서 한적한 곳으로 애써서 찾아낸 곳인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점점 걱정이 되어 가는데

뉴스에 화산의 이야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떤 소식도 전해 지진 않았지만

덕분에 조금은 들떠 신나 했던 기분이 착 가라앉아 버렸다.

떠나는 날짜는 가까워지는데 가방을 꾸릴 기분은 나질 않아서

정말 숙제를 하듯이 꾸역꾸역 꾸려 넣었더니 가방이 빵빵하게 되었다.

아마도 머리를 잘 굴렸다면 좀 더 산뜻하게 꾸려졌을 것 같은데

머리는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으면서 그저 걱정은 자꾸 부풀어 오르니...


모기 퇴치를 위한 모기향과 모기 스프레이와 물리면 바르는 모기약 등을 듬뿍

화산이 터지면 필요할 거라고 여러 가지 약과 마스크도 듬뿍

공항에서 발이 묶이면 쓰여 질지 모른다고 먹을 것도 챙겨 넣고

돌아올 때는 추워져 있을 거니까 하면서 긴팔의 옷들도 챙겨 넣었다.


이쯤 되면 내가 뭘 하려고 발리라는 곳에 가는지

해변을 거니는 중년의 낭만적인 모습보다는 전쟁터에 가는 사람 같은데...


수영복에 해변가를 걸을 때 신을 샌들을 따로 넣고

이참에 요가라는 것도 해 보자고 요가복도 챙기고...

나의 기대는 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가며 글을 쓰거나

수영장에서 걷고 간혹 요가에도 참가를 해 체중이 줄어든 나를 상상하고

그러려면 사람들이 적은 곳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는데...


10월 12일 전날

냉장고에 음식이 남지 않게 저녁으로 다 먹어 치워 버리고

아침에 나가면서 버릴 거라고 쓰레기까지 모아 놓고 보니

딸이어서 가야 했던 한국행이나 엄마여서 가야 하는 미국행처럼

그저 무덤덤하게 순서를 잘 지키면서 하나씩 해 내고 있었다.


관광 여행의 기분을 느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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