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더위

덴파사르 응우라라이 공항

by seungmom

인천 공항에서 환승을 하려고 내리니 갑자기 쌀쌀해 움츠렸는데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니 늦가을 같은 분위기로 잘 적응되지 않았다.

난 아직 여름의 끝자락에서 살다 왔는데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고 알려

얇은 옷이라고 겹쳐서 입고 있어야 하나 했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난 여름의 나라로 가기 위해 다시 비행기를 탔는데

갑자기 추웠던 것이 따뜻한 나라로 가는 것에 기대를 하게 해 주었다.


10월 12일 한밤중에 덴파사르 공항에 내렸다.


더울 거라는 것보다는 따뜻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지

공항 밖으로 나와 숨을 몇 번 쉬고는 오만가지의 생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건 내가 상상하고 내가 경험했었던 그런 더위가 아니고 다른 무엇이었다.

이 상황으로 5분 정도는 놀래지 말고 표정을 제대로 하자고 마음을 다독였는데

더는 참아 낼 수 있는 상황을 벗어 나 버린 듯 난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난 옷을 다 입고 사우나에 들어 가 본 적이 없는데...

딱 그런 느낌으로 온몸에서 땀은 그냥 흘러내렸다.

온몸에서 끈적거리는 땀은 멈추는 것도 없이 그대로 흐르는데

눈으로 들어가는 땀에 눈이 따가워 나를 찾는 내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낯선 곳의 풍경이 웅장하다는 생각에 서성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쉴 틈이 없이 차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는지

발리의 첫 인상은 아수라장으로 생존경쟁이 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 놀래서 고함을 지를 뻔했는데

내 이름을 찾고 있는 것을 보고 안내 방송으로 부르라고 알려 준 것이었다.

누구도 믿고 의지하지 말라고 했던 주의 사항으로 무조건 거부했는데

제대로 눈을 크게 뜨고 땀을 닦아가면서 주변을 보니 다들 그러고 있는 듯해

나도 안심을 하고 방송을 부탁했더니 바로 호텔에서 보낸 사람이 왔다.


나에게 방송을 하라고 한 사람의 인상도 나를 데리고 가 줄 사람도

내가 느끼는 기준에서는 친절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 계속 경계를 하면서

그래도 방송으로 찾으라고 알려 준 덕분에 빨리 공항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큰 소리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꽃다운 여자는 아니지만 여자 혼자서 하는 여행이라

오기 전에 여행에서 생길 사전 지식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챙겨 읽었는데

그래서 무조건 방어 태세만 취한 것이 너무 지나쳤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습기 가득한 더위가 더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 것도 있었고...












거의 두 시간을 에어컨이 있는 차를 타고 달려서 호텔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차가운 물수건을 건네고 차가운 음료수를 주어 안심을 시켰는데

차분하고 탁 트여 보이는 공간이 선선해서 역시 마음에 드는 호텔이구나 했었다.

발리 시간으로 새벽이니 빨리 방으로 가서 늘어졌으면 하는데

반갑게 맞이 해 준 이 남자는 조목조목 무엇은 돈을 내야 하고 무엇은 공짜라며

돈을 내야 하는 것에는 엄청 확실하게 손가락을 비비는 행동으로 알려 주었다.












이런 절차를 모두 마치고 방에 와 문을 여는데...

여는 순간 방에서 더위와 습기가 무엇인지 냄새로 알려 주었다.

놀래서 뒷걸음을 치니 에어컨을 틀어 놓으면 금방 냄새가 없어진다고...

순간 또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하게 했다.


여기도 일본과 같은 섬...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데 그래도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 기대를 했다.

비가 내린 촉촉한 풍경을 보면서 내가 발리에 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면서

사진으로 봤던 카페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마음에 쏙 드는 분위기였는데

힘들게 방에 있지 말고 나가 카페에서 지내면 되겠네 하면서...





















카페는 정말 바로 바닷물이 철썩거리는 곳에 완전한 개방으로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다.

엄청난 충격에도 애써 미소를 지어가면서 바닷바람으로 더위를 참고 있는데

음식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종업원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보니 그냥 땀은 흘러내렸다.











그리고 호텔 안을 모두 뒤졌다.

새벽에 선선하다고 느꼈던 로비마저도 개방이 되어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이라고 되어 있는 곳도 에어컨이 쉬고 있어 후끈거렸다.

아침으로 바로 만들어 주는 오믈렛을 맛있게 잘 먹고 방으로 왔는데

그 사이 그것도 선선하다는 아침 시간에 바닷가에 조금 앉아 있었다고

온몸이 땀으로 손바닥에도 땀이 나 이렇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딱 하루 만에

선선한 곳에서 파도를 보면서 커피 향기 속에서 가지려 했던 꿈은 사라졌다.



쾌적한 분위기에서 봤던 발리의 모습을 그대로 상상하며 느꼈던 것이 커다란 착오로

습기가 가득한 사우나에서 발리의 사진들을 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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