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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Dec 29. 2017

아버지의 모습

중년의 부모

내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 기가 차니 말도 생각도 그대로 얼어붙었는데 눈물은 흘렀다.


실버타운으로 이사를 하고 참 많이 편해하시며 

끼니 걱정도 없고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는 것도 좋다고 하셨는데

겨우 일 년 반을 사시게 될 줄은 몰랐다.


동생이 전화로 아버지가 여러 번 넘어지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식사의 양도 줄었다고 하는데도 이런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마지막에 넘어졌다는 것이 결국엔 쓰러졌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는데

언제나처럼 괜찮아하시며 움직이셨다고 하니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았다.

차라리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더라면 바로 병원으로 가 뭔가를 했었을 텐데 하는

다 때를 놓친 후회만 가득해졌다.


아주 오랫동안 테니스를 치셨는데 힘에 부치면서도 시합이 시작되면 아픈 것은 뒷전으로

하지 말라고 말리면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죽으련다 하시면서 즐기셨었다.

그래서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게 되었지만 

정형외과 의사인 본인이 원인을 알고 그렇다고 하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모든 것에 점점 흥미를 잃고 관심도 없는 것에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아버지가 자신에 대해서 설명했던 그런 말들을 그대로 믿고 있었는데

이런 것이 운명이라는 것인지

오래전부터 서서히 좁아졌던 뇌의 혈관이 막히고 

뇌세포가 죽어 버려 몸의 여러 곳이 정지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아버진 이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니

엄마가 노인병원에 가시고는 사는 것이 지겹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이 떠올랐다.


사람이 이렇게도 갑자기 변해 가는구나 하는 것에

6월에 아버지를 만나고 11월이니 거의 반년이지만 

그 사이사이 작은 동생이 아버지 집에 가면 영상통화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고

아버지와 대화도 나누면서 안부를 전할 때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 아버지는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면서 눈도 뜨기 힘들고 말도 할 수 없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면서 떠난다고 간병인 아주머니가 해 주는 말에 

아버지가 계신 병실을 나와 한참을 서성이며 주변을 보면서 나를 타일렀다.

세상은 이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거라고

누구나 다 이런 시간을 맞이하게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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