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시련
매일 꺽꺽거리면서 먹고는 배가 불러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매일 너무 매운 것만 먹어서 혓바닥도 갈라지고 뱃속도 부글 거린다.
그래도 먹어 치운다.
값도 싸면서 맛도 있고.... 미치겠다.
매콤한 떡볶이가 바삭거리는 튀김을 부르고
배탈이 나서 호박죽을 찾아 먹고는 팥죽이 당겨서 또 먹는다.
그리고 배가 불러 숨 쉬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간판에 끌려서
오랜만이라면서 매운 회 비빔국수를 먹고 있다.
해운대 재래시장에 있는 국숫집인데 양이 적당히 작아서 나에겐 딱이었는데
가격이 500원 비싸져 4500원으로 되면서 양이 많아졌다.
일본에서는 더욱더 미국에서도 생각나는 맛으로 식당 안의 분위기도 내 취양으로
내가 비빔국수라고 말해도 알아서 회국수로 주문해 줄 정도로 나는 단골이었는데
호텔 생활을 할 때엔 걸어서 왔던 곳을 이제는 버스를 타야 하니 먹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을 떠나기 전부터 떠나는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는데
일본에서도 쉴 시간이 없이 5일 만에 한국에 왔더니 힘에 부쳤는지 지쳐서
며칠을 먹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더니 체중이 막 불어나
애써서 뺏던 것도 생각나고 더 늘어나는 것에는 겁이나 걷기로 했다.
조금은 내가 하는 꼴이 미련해 보였지만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집 주변을 걷는데 반찬가게가 있었고 나물이 많은 것에 홀딱 반했는데
보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라도 식으로 보여 물으니 전라도 사람이라고 했다.
이렇게 가까이에... 하면서 우거지 된장국에 반찬 6가지 를 사 들고 집에 와 웃었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맛은 딱 내가 찾던 그런 맛으로
보통 나물 반찬은 잘 없는데 심심한 호박나물부터 여러 가지가 값도 미국보다 싸다.
난 비닐봉지에 담긴 우거지 국을 담아 놓으려고 유리그릇도 장만했다.
일본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도 잘 없지만 양과 가격에서 엄청 비싸 손을 떨었는데
한국은 맛도 종류도 내 맘에 들면서 가격과 양이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이런 날들이 이제 2주일이 지나가니 내 몸이 나를 불편하게 해서 신경이 쓰이지만
그런데도 아직 못 먹어본 콩국도 있고 생미역이 있어 내 입맛이 당기는데...
걸어야 한다고 나가서 기왕 걷는데 하면서 근처의 재래시장을 구경하자고 들렸다가
양손 가득 반찬에 떡에 무화과를 사 들고는 어묵집에 앉아 튀김을 먹었다.
어묵 국물을 모르는 손님에게 떠 달라고 하니 웃으며 종이컵에 담아 주는데
남인데 부탁을 할 수 있고 또 들어주는 이런 맛에 난 꼴딱 넘어간다.
다들 내 식구인 것 같은 이런 기분에 푸근하게 넉넉하게 푸짐하게 자꾸...
그리고는 일어서기도 힘든 것 같은 배부름에 정신을 차리는데 이미 늦었다.
먹고 싶은 것을 절제하려니 살을 빼야 하는 일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무화과로 나를 꼬시면 난 바로 넘어갈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린다.
일본에서는 5개나 6개에 약 400엔으로 좋고 큰 것으로 담겨 있으면 반드시 600엔인데
겉모양은 멀쩡한데 맛은 그때그때 달라 작년에는 더 많이 맹맹한 물맛으로
가격은 매년 그대로 사다 먹고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무화과는 크기는 큰 밤 정도로 색은 까맣고 단단해서 말린 것 같은데
그래도 먹고 싶은 나는 가격도 비싼 그런 걸 사서 껍질을 깎아 씹었다.
이런 고통으로 살았던 나는 한국에 올 때와 무화과 철과 맞지 않아 먹기 힘들었는데
재래시장에서 한 무더기를 놓고 집에서 딴 것이라고 파는 무화과는 일본의 반값 정도이고
모양은 조금 떨어지지만 껍질을 벗겨내니 살이 엷은 붉은색으로 상큼한 맛인데
난 맛도 중요하면서 양도 중요했는데 그걸 모두 갖추었다.
재래시장에서 산 무화과를 펼쳐 놓고 먹으면서 무화과가 언제까지 나올지 걱정을 했는데
그래서 더 욕심을 내고 더 안달을 하면서 먹는다.
무화과에 미쳐 날뛰는 일을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스리고 수련을 하니
이번엔 더 강력한 풋 대추가 나를 마비시켰다.
미국에서 엄청 사 먹었는데 거의 맛이 밍밍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번 나오는 것은 아니니 하며 사고는 한 입을 물고 후회를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한 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맛에 나는 다시 푹 빠져 버렸다.
한숨이 나온다.
왜 이렇게 나를 들들 볶는지 또 참아 내야 하는 것이 생긴 것이다.
이젠 너무 씹어서 이빨도 아픈 것 같은데...
나의 한국생활에서는 엄청난 절제가 필요한 것 같다.
그냥 마냥 좋은 나의 나라라는 것으로 팍 퍼져서 살면 내가 고장 나게 생겼다.
그런데 배가 불러 식식거리면서도 또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난다.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