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내린 결론
난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이건 모든 면에서 확실하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머리가 좋다고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좋을 거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지만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 말에는 진실성이 부족해 보여서 들으면서 무시해 버렸다.
머리가 좋고 나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니 기준이 모호해지는데
내 주변에 자타가 공인하는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이 머리가 좋은 것으로
그들보다 나쁘다는... 그러니까 좋지 않은 내가 살면서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은 정말 백과사전을 통으로 외웠는데
왜 그렇게 하냐고 했더니 심심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분야가 재미있다고 하면서
외우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저 읽었더니 머리에 남아 있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누구의 곡이냐고 하면 작곡가의 인생부터 곡의 설명까지
됐다고 할 때까지 그 시대의 환경까지 술술 풀어내는데 꼭 자동 안내 방송하듯 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시험 때만 되면 친구들이 같이 공부하자고 찾아왔는데
이런 친구들을 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가 놀러 다니면서도 언제나 시험은 완벽했었다.
집어 준 부분은 반드시 시험에 나온다며 언제나 시험 준비 기간이 되면 왔던 한 친구는
평소보다 달라진 모습이 시험 준비를 하느라고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 그렇다고 했는데
이 친구는 정말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서 공부를 해야 겨우 점수가 나오는 머리라고 했었다.
이런 살아 움직이는 백과사전은 아니지만 시험이라면 어제나 최고 점수가 당연하다는
모든 방면에 언제나 우수해 인간이 아닌 것 같이 보였던 머리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그 속에서 난 어릴 때부터 어떤 기대도 받아 본 적이 없이 방치 비슷하게 되어 자유로웠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받아 온 시선으로 좋은 점수의 좋은 머리는 내 것이 아니라고 단념을 했고
나 스스로도 누구와 비교해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래서 달리 부럽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최고의 대학이나 최고의 직업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라고 내 세상이 아니라고 꿈도 꾸지 않고
그 아래의 세상에서는 적당하게 빛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살았다.
이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지금은 그때 받았던 주눅과 눈치에 고마워한다.
나는 적당한 선에서 머리의 총명함도 학벌의 자랑에도 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머리 좋은 사람이 들으면 한심하다고 창피한 것도 머리가 나빠 모른다고 하겠지만
뻔뻔하다고 해야 하는지 난 당당하게 내 머리의 수준을 재미있게 말하는데
이 방법이 머리 좋은 사람들 속에서 존재감을 살리는 방편이었는지 나는 굳굳했었다.
이 굳굳함이 내가 외국에서도 버텨내는 능력과 힘을 되어
웬만한 멸시나 차별에도 나를 지킬 수 있었는데 다 이런 훈련 덕분이었나...
아무튼 세상은 그저 그런 머리를 가지고 살아 보니 난 살기가 편했던 것 같은데
이들 머리가 좋다는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어 보였다.
머리 좋은 사람들의 기준은 자신들이 누렸던 삶에서 고정이 되었는지
그들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모든 일에서 기준은 최고점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최고의 점수를 받았듯이 자식의 성적도 당연히 최고가 되어야 해서
자식의 피아노 연습을 보면서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비교를 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머리는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납득이 안되어
남을 보듯이 늙어 가는 지금의 자신을 탓하며 우울해했다.
그러면서 타인의 허점이나 단점은 너무 빨리 잘 보여서 답답해했는데
인생의 작은 소소한 일들이 너무 작은지 그 보잘것없는 일은 느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게 된 것은 머리가 좋아서 어릴 적부터 뭐든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아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에 흔들림이 없었는데 그래서 자신을 너무 믿게 된 것 같았다.
머리가 좋은 아이는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성적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
성적이 좋은 아이는 뭐든 쉬웠는데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어지는 일들에
인생도 쉽게 생각하는지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한다.
머리가 좋지 않은 나는 참고서 하나를 사려고 해도 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고
그래서 사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연구하고 결과가 나빠도 빨리 납득을 하고 포기했는데
이런 것들을 결과만 보면 한없이 무능하지만 그 과정으로 보자면
머리를 쥐어짜서 시도를 했었고 환경에 적응을 하고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난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 하는 공부는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그래서 난 잘 기다리고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칭찬을 하게 된다.
일본인 아이가 한국인에게서 일본어를 배운 것은 자기 아이밖에 없을 거라고 하는 친구는
자기는 아이를 가르치기 힘들다며 그 시간 동안 내 아이를 봐준다며 부탁을 했었다.
원해서 한 것은 아닌데 왼손잡이 아이에게 연필만은 오른손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친구의 부탁에
나는 천천히 힘을 주는 연습부터 시켜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게 했는데
이 아이는 바느질은 왼손이고 젓가락질은 오른손으로 양손을 다 쓰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이런 일을 해 냈을까...
내가 일본인보다 일본어 발음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글씨도 정말 엉망이다.
딱 하나 다른 것은 낮은 수준의 결과에도 가치를 찾아내는 것으로
빨리 배우지 못하는 것은 본인이 더 힘들다는 것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이런 능력은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을 줬는데 머리가 좋지 않아 얻어진 것이다.
나에게도 뭐든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심어 줬더라면...
최고가 아니어도 가능한 것은 많았는데 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지금 난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지만
이 나이가 되어보니 내 머리 수준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적합했다고
머리는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나는 나를 잘 조절했구나 한다.
결론은 내가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