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X 공항의 입국 수속

중년의 경험담

by seungmom

2018년 인천 공항에서 갈아타고 11시간 이상을 왔는데

일본 고베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움직인 것부터 따지면 21시간이 되어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1시 40분 LA시간으로는 아침 9시 40분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니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실수는 처음이었다.


전자 여행허가 ESTA로 입국하는 사람은 무인 자동 입국 심사대의 터치 스크린에

여권으로 인적사항을 스캔하고 항공편을 확인시키고 지문을 스캔하고 나면

몇 가지의 질문을 하는데 이런 모든 정보가 프린트되어 나오는 확인증을 가지고

입국 심사관에게 보여주고 그러면 여권에 입국 허가 도장을 찍어 준다.

그리고 가방을 찾고 그 가방의 냄새를 맡고 다니는 커다란 개들이 서성이는 곳을 지나

가방과 여권을 보여주면서 가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난 이것을 이제 십 년이 넘게 하고 있는데 그동안 LAX도 많이 달라지고

우리나라의 힘도 많이 달라져 나이가 푹 들은 나는 정말 편히 들랑거리게 되었다.


이 무인 자동 입국 심사대라는 기계를 처음 써야 했을 때엔 도움을 받았는데

이것도 몇 번이나 하게 되니 반복의 힘으로 익숙해져서 알아서 빈 기계를 찾고

한국말로 해 놓지 않아도 순서대로 잘 해 냈는데 이러면서 많이 빨라진 것을 즐겼었다.


가는 곳은 미국과 일본 뿐이지만 입국할 때의 질문은 거의 똑같아서

법에 대한 것과 현금에 대한 것 등을 묻는 것인데 답은 당연히 '아니오'로

왜 답을 긍정으로 하도록 질문을 하지 않는지 할 때마다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엔 왜 그랬는지 잘 읽지도 않고 다 잘 알고 있는 질문이니 하면서

'아니오'의 커다란 동그라미를 누르며 왜 부정으로 답을 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나오는 질문에는 반드시 '예'라고 해야 한다며 조심해야지 하면서

머릿속으로 '예'라고 하면서 손은 '아니오'를 눌러 버렸다.


마지막 질문은 이때까지의 질문의 답이 모두 다 사실인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만 빼고 온 몸은 고함을 지르면서 난리를 쳤는데

그러는 사이에 X 표시가 된 확인증이 나왔다.


한숨이 나왔다.

여기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나만 아는 부끄러운 영어실력으로 설명을...

그러다 괜히 꼬이게 되면 먹을 것을 잔뜩 싸 온 가방을 들고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오만 생각으로 복잡한데 기왕 이렇게 최악이 되는 거라면 다시 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며

이번엔 열심히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질문을 중얼거려가면서

말과 손이 같은 지를 확인해 가며 '아니오'를 하다가 마지막에 '예'를 했더니

제대로 된 확인증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왔다.


그 확인증을 들고 심사관이 있는 곳으로 가는 입구에서 두 방향을 두고

딱 봐도 알 수 있는지 그저 척 보고 너는 이쪽 너는 저쪽이라고 방향이 정하는데

매번의 경험으로 내가 가는 쪽은 거의 혼자이거나 나이가 있는 사람들로

별로 의심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지 심사도 거의 형식적으로 간단했다.


그런데 이번엔 비행기가 한꺼번에 많이 도착했는지 이쪽도 사람이 많아 밀리니

길게 늘어진 줄의 중간에 심사관으로 보이지 않는 심사관이 서서

묻지도 않고 그냥 여권에 도장을 찍어 줬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심사관이 짜증 나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해서 말려 들지 않으려고 조심했는데

이번엔 그나마 하나 남아 있던 어디서 머물게 되냐는 질문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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