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불
밖이 어두워지니 불을 켜야겠다고 전기 스위치를 눌러서 방을 환하게 밝혔다.
이 말에 이상한 것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포켓몬 GO에서 레이드(RAID)를 하기 위해서는 강한 포켓몬이 필요한데
아들이 전기 포켓몬 중에 강한 것이 있으면 골라 두라고 했었다.
포켓몬의 종류는 엄청 많아 난 외우지도 못하고 언제나 헤맨다.
CP라고 Combat Point의 약자인데 이 숫자가 높을수록 힘이 강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IV라고 Individual Values의 약자인데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을 0에서 15까지의 숫자로 표시해 % 단위로 쓰여있다고 하는데
이건 포켓몬 사전에서 찾아낸 것이고 난 그저 IV도 높아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
레이드(RAID)는 별로 표시되는 1,3,5 등급이 있고 초 강력한 메가가 있는데
별 5개의 레이드 배틀을 하려면 내 포켓몬도 강해야 하지만 사람이 5명 이상은 모여야 하고
사람이 5명이 모였다고 그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레이드 패스가 있어야 한다.
아...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난 지금 이것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전설의 포켓몬이라고 부르는 이런 포켓몬은 별 5개의 레이드 배틀에서 이겨야 하고
그래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그땐 잡는 나의 기술에 따라서 못 잡을 수도 있다.
이렇게 손에 넣기가 힘든 이 특별한 전설의 포켓몬은 정말 우아하니 멋있고 힘도 세서
꼭 잡았으면 하는 욕망에 아들을 달달 볶아서 레이드를 하러 나가기로 했다.
아들의 말대로 전기 포켓몬 중에 CP도 IV도 높은 것을 찾아서 골라 아들에게 보여주니
아들이 이게 뭐냐고 전기라고 하지 않았냐고 한다.
그래 전기! 하면서 나도 다시 한번 내 스마트폰에 있는 포켓몬을 보면서
아들이 하는 말에 열심히 찾아냈는데 뭔 말이냐고 한소리 했다.
아들이 웃으려다가 정색을 하면서 전기와 불을 구별하지 못하느냐고 한다.
한국말로 전기와 불! 하더니 다시 영어로 Electric과 Fire 하면서 다르다고 하는데
난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내가 머리를 써서 찾아낸 포켓몬은 전부 불이었고
나는 내가 불과 전기의 구분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포켓몬 GO를 하면서 이런 대충인 나를 많이 찾아내고 있다.
이제까지 두리뭉실 살았던 것을 가늘게 칼로 자른듯한 섬세한 느낌으로
작은 것까지 구분을 하게 되니 점점 더 머리를 굴리게 되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이건 고마운 일이라고 지금도 포켓몬 GO를 열심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