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하는 전투
날이 따뜻해져 그런지 4월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5월부터 계속 잡아도 잡아도 한 마리씩 보였다.
바로바로 버리지 않는 쓰레기 탓인가 해서
쓰레기 봉지가 꽉 차지 않아도 가져다 버리고
음식을 먹고 바로 설거지하는 것이 싫을 때엔
젓가락까지 모두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렇게 하루살이의 위력에 하나둘씩 내 생활이 달라져
어느 날엔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부딪치자고 마음먹었다.
이 작고 가벼운 하루살이를 잡자고 파리 잡는 끈끈이를 생각하며
투명 접착테이프를 여기저기 늘어놓고 한 번에 소탕하는 기대를 했는데
붙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하루살이는 조롱하듯이 그 위를 통통 튕기듯이 다녔고
정작 나는 늘어놓은 테이프 때문에 그것을 피해 움직이느라고 조심을 했는데
신경 써서 늘어놓은 투명 접착테이프는 나를 잡기 위해 늘어놓은 것 같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신기한 게 그 작은 무게가 어떻게 붙지 않고 걸을 수 있는지
아마도 이 기술을 연구하면 뭔가에 대박이 터지지 않을까 했다.
전투에서 내가 패한 것이다.
이번엔 아예 대대적으로 수성 모기 살충제를 뿌려 보자고 사다가
노트북을 들고 입을 틀어막고 이 작은 오피스텔에 듬뿍 뿌리고는 나와서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멋진 카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열었다.
매번 이곳에 앉아 폼을 잡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유가 없었는데
하루살이가 나를 이곳으로 보냈다.
한 시간 후에 창문과 환풍기를 틀어 놓으려고 자리를 뜨면서
걱정이 되어 노트북과 안경 등을 모두 가방에 넣어 들고 달렸다.
딱 8분 만에 살충제 냄새가 빠지라고 창문 두 개를 모두 열어 놓고
싱크대의 환풍기와 샤워실 환풍기를 모두 틀어 놓고 왔는데
혹시나 치워 버릴까 봐 걱정했던 내 자리는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다시 두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냄새가 다 빠졌겠지 하고는
왼벽 해진 것을 기대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직 냄새는 나는 듯하고
아직 살아서 현관문에 붙어있는 하루살이 한 마리가 있어 잡았다.
아직도 살아 있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니 냄새가 더 지독하게 나는데
이러다가 나만 잡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관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
많은 바람이 들어오도록 한참을 현관문을 붙잡고 팔 운동을 했다.
난 뭘 한 건지 뛰어 미션을 성공하고 8분 만에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느라고
가방에 들어 있는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는데 안경알에 상처가 나 있었다.
그것도 아무 상관없는 안경은 멀쩡한데 컴퓨터 용 안경에 코팅이 벗겨져서
속이 상해 내가 한 행동에 내가 나무라고 있는데 하루살이 한 마리가 보였다.
처절한 연 2패를 한 것인데 내가 너무 하루살이를 무시했었나 하는 생각이 드니
대학 때 시골에 봉사를 가서 점심에 나온 밥상에 형들이랑 코를 박고 먹으려니
파리가 얼마나 많이 욍욍거리는지 도저히 밥을 먹을 수없어 파리를 쫓아내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형들은 다들 과하게 잘 먹어 나도 먹게 파리를 쫓아 달라고 하니
그 선배 형들은 먹으면서 하는 말이 얘들도 먹어야 산다고 했었다.
그럼 나도 하루살이와 같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가...
비가 와 많이 선선해지고 살충제가 조금은 효과를 봤는지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생각 없이 내 코 앞을 날아다니거나 모니터 화면을 걸어 다녀서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누가 이기는지 보자고 다시 선전포고를 했다.
본능적으로 손으로 두들겨 잡는데도 피가 안 보이는 것에 다행이라고
하루에 서너 번의 이런 전투가 나의 순발력을 향상시켜 주는지
점점 나아져 이 나이에도 거의 백발백중의 실력이 되었다.
가만히 앉아 드라마를 볼 때에 하루살이 한 마리가 와 앉았는데
나보고 움직이라고 하나보다 하면서 숨을 가다듬어 동태를 살피고
손으로 내리쳐도 되는 공간으로 가면 그때 한 번의 승부를 건다.
이쯤 되면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