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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ug 30. 2019

딸아이의 이직 과정

미국에서

딸이 휴가?? 백수?? 아무튼 놀았다.


떠나고 싶다더니 정말 다니던 연구실을 떠나 새로운 연구실로 갔는데

새 연구실에서 허락이 떨어지고 연봉 협상도 마치니 빨리 떠나고 싶어 

취업비자의 직장 변경하는 것을 전처럼 간단하게 며칠이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다니던 연구실에 통고를 하고 교수님이 왜 떠나느냐고 묻는데 미안했다고 하면서도

착착 떠날 준비를 해서 거의 10일 만에 새 연구실로 옮겼다.


새로운 곳에서 일주일을 다녔는데 대학교 측에서 이렇게는 안된다고 하며

완전한 비자 승인이 나기 전에는 연구실에는 나오지 말라고 했단다.

단속이 심하니 절대로 놀러라도 나오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다고 하는데

그걸 듣고는 교수도 얼른 집에 가라고 했다며 딸도 그 무게를 느꼈다고 했다.

인터내셔널 센터 직원이 나라 전체가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어수선하다며

뭔가 꼬투리가 잡히면 학교 자체도 힘들어진다고 하는 부탁이 협박 같았다고 했다.


인터내셔널 센터의 사람들도 비자 문제가 전과는 엄청 달라졌다며 

직장 변경을 하면서 6개월 남은 비자의 연장도 같이 해 버리자고 권했다는데...


그렇게 해서 딸아이는 갑자기 휴가도 아닌 상태로

전 직장에서는 나왔는데 이직하는 새 직장에는 갈 수도 없는 백수 같은 그런 상태로

매일 놀면서도 노는 것 같지 않게 되었다.


연구실이 소속되어 있는 학과의 인사부와 학교의 외국인 관리부서가 연락을 하면서

비자 승인에 관한 서류를 주고받아 완성하는데만 거의 한 달이 지나고

그러는 사이에 이 연구실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날짜가 지나

딸아이는 안달을 했는데 다행히 연구실에서 그 날짜를 2주일 더 연기해 주었다.

서류가 다 완성되었다고 해서 난 그대로 제출하는 줄 알았더니

이번엔 학교에 있는 법무 담당 변호사에게 서류가 가고 다시 그곳에서 검토를 하는데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연기해 준 날짜가 또 지나버렸다.

여기까지 진행을 하고 자르지는 않겠지 하는 딸은 날짜를 연기해야 하는 일이 무심한 듯

처음부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지 기억에도 없는 듯해 보였다.

변호사가 여러 번 첨부해야 하는 것들이나 빠진 것들에 대해 연락을 하더니

완벽해진 서류가 다시 센터로 오고 거기서 비자 연기 신청을 위해 제출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제출해서 승인을 받는 데까지 2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2주일은 더 놀 수 있겠다며

편하게 놀지 못했던 딸은 거의 두 달을 이러고 지내면서 이런 시간에 길들여졌는지

일주일이 지나 승인이 나왔다며 센터에서 사인을 하러 오라는 메일을 받고는

갑자기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얼른 답장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어서 휴가도 아니면서 휴가 같은 두 달을 집안에서 뒹굴었다.

딸은 일손이 급했던 새 연구실에서 빨리 일에 복귀가 안되면 자신을 포기해 버릴까 봐

뭔가에 정신을 팔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걱정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는데

나는 나대로 잘 아는 것도 없이 위로를 하려니 엄청 머리를 굴려야 했다.


처음 한 달은 서로 이러고 빈둥거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눈치를 봤던 것이

한 달이 지나니 엄청 안정되게 집안에서 뒹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원하는 시간에 운동도 갈 수 있는 것도 다 같이 앉아 오락프로를 보면서 떠들수도

이때까지 몰랐던 한국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맛에 대한 평가도 해 보고 

아직 오지도 않은 생일까지 당겨서 생일 케잌을 사다 먹으며 시간을 즐겼다.


그랬더니 이젠 왜 새로운 연구실로 이직을 했는지

떠나고 싶었던 연구실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던 기쁨도

연봉도 대우도 좋아진다고 들떠서 야단이던 새 연구실에 대한 환상도

지금은 다 사라져 버렸는지 딸아이는 내키지 않은 눈치였는데...


사인을 하러 가려니 교수도 이 소식을 알았는지 당장 올 수 있냐고 물어 왔다고

그래서 인사부와 센터에 갔다가 오후 늦게라도 연구실에 가야 할 것 같아 들렸는데

교수가 시간이 너무 걸려 힘들었지 하면서 반겨 줬다며 연구실에 들르길 잘했다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을 한다는 말을 하는 딸의 표정이 엄청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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