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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Feb 19. 2020

곰띠 아들

중년의 어려움

아들이 어릴 적 일본에서 자연스럽게 얻은 별명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들을 위한다고

산으로 바다로 전시장으로 행사장으로 몰려다녔는데 

그때 같이 움직였던 여러 가족의 부모들이 이름 대신 불렀다.


다 같이 우르르 신기한 것이 있으면 몰려다니는데 도 빠지고

다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에도 자신만이 느낀 것이 있으면 몰두하고

먹고 싶은 것에도 다른 아이들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먹는데

아들은 딱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없으면 더 달라는 말없이 관두고

다시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지 아님 잠이 들었었다.


한 번은 16명이 타는 차로 눈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벽이 되니 배가 고프다고 우동을 먹자고 차에서 내리는데

아들이 너무 푹 자서 깨우지 말자고 그대로 두고 내리면서

가장 연장자인 차 운전자는 아이가 춥지 말라고 차키를 꼽아 놓고 

그 아내는 아이가 있다고 차문을 알뜰하게 모두 잠갔다고...

정작 엄마인 나는 자다가 깨어 멍한 상태로 화장실이 급해서...

일본의 길거리의 우동은 엄청 빨리 나오고 다들 빨리 먹는 편이라

초 특급으로 빨리 먹은 어른이 나와 차에 있는 아이를 확인하고

잘 잔다고 다른 아이들이 편하게 먹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떠나려고 하니 운전자 부부의 의사소통이 안되었던 것을 알았다.

차에 있는 아이를 깨우자고 차를 두둘이면서 고함을 치고

어른 여럿이 차에 매달려 차를 흔드는데도 아들은 더 잘 자고 있어

결국 우동집 주인이 쇠 자를 가지고 와서 차문을 열어 주었다.


한참을 밖에서 떨면서 서성이면서 야단스러웠던 것이 더 화제가 되어

돌아오는 내내 눈 구경의 이야기보다 아들의 둔한 감각에 열을 올렸는데

결국 곰 띠가 잘 붙여진 이름이라고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런 아들은 내가 곰띠! 하면 꼭 한마디를 하는데

자신이 곰같이 된 것은 그렇게 불러서라고 하면서

어릴 때부터 치타나 호랑이라고 했으면 잽싸게 움직였을 거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운전을 하는 아들이 집을 비우게 되니 차가 걱정이 되어

운전하기 싫다는 딸에게 시동이라도 걸어 두라고 했는데

차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2주에 한 번은 해 달라고 한 것을 건너뛰더니

어느 날 내가 닦달을 해서 차에 가 봤더니 시동이 걸리지 않더라고 했다.


다시 미국 생활이 시작되어 먹을 것을 사러 가야 하는데...


며칠을 딸이 만들어 주는 건강식을 먹으면서 아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AAA에 전화를 해서 방전된 배터리를 해결하라고 했더니

지하 주차장 문을 여는 스마트키가 깜빡이등은 켜지는데 문은 안 열려

AAA에 와 달라고 전화까지 해 놓고 결국 취소를 했다.


이젠 차 배터리를 해결하기 전에 스마트키를 해결해야 되어

주말이 끝났으니 아파트 사무실에 가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오후가 되어 가 볼까 하고 나가더니 30분도 안되어 돌아왔다.

스마트키는 전지가 다 되어서 그랬던 거라고 하면서

지하에 가서 정말 되는지 확인까지 했다고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어 차 배터리는? 하니까 

오늘은 딱 여기까지! 한다. 


와~ 정말 곰띠!이구나 하면서

바빠지면 이러고 살지 못하는데 그땐 삐쩍 마르겠구나 했더니

지금은 곰이 겨울잠을 자는 그런 때라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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