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mom May 28. 2020

그 딸과 그 엄마의 대화

중년의 체험 자랑

딸과 했던 메시지다.


이 사실을 알고 체험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랑거리는 아닌데 하면서도 왠지 난 자랑스러게 느껴진다.

전기밥솥이 좋아서 그런지 99시간이 지나고 다시 1시간부터 4시간이 된 그 시점에서

남겨져 있던 밥 조금을 모두 미역국에 넣어 맛있게 김치와 먹었는데 어떤 탈도 나지 않았다.


이 메시지에

딸은 이 정도로 한글이 엉망이진 않은데 폰에 글을 치면 알아서 해 준다는 뭔가의 기능이 

작은 폰의 화면에 마음이 바빠 확인을 안 하고 그냥 넘어가면 이렇게 쫌 이상해 지는걸

우린 서로서로 적당하게 알아서 읽어 주는 아량으로 서로 지적질을 하지 않았다.


난 컴퓨터로 할 경우에는 정상에 가깝게 쓰는데 내 한글 실력이라는 것이

한국어 SAT를 거의 만점으로 받아 낸 두 아이들에 비해 문법 실력이 엉망이다.

한글 맞춤법이라는 것을 세명이 같이 했는데 나만 자꾸 틀려서 혹시나 답이 잘못되었나 하니

아이들 둘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나보다 점수가 좋다고 기회만 되면 자랑질을 했었다.


아이들끼리는 영어가 더 편한지 한글을 쓰는 일이 없어 겨우 나와 하는 이 메시지가 유일한데

요즘은 나에게 주는 카드에도 한글이 싹 사라지고 온통 영어로 써서 나에게 영어공부를 시킨다.

유일하게 한글 쓰기를 할 수 있는 이 메시지에 조금 틀리거나 이상해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그냥 열심히 읽어 내며 간혹 황당하게 달라져 버린 것에는 서로 기분 좋게 웃고 만다.


세명이 같이 떠드는 메시지에서 한글만 쓰는 내가 끼니 아이들이 한글을 썼는데 

머리가 좋은 딸은 자신보다 맞춤법이 정확한 동생의 한글 메시지를 읽고

넌 정확하게 한글을 쓰는구나 하면서 메시지에 올려놓은 누나의 감탄에

아들이 화상통화에서 누나가 칭찬한 한글 솜씨는 음성으로 글을 쓰게 한 것이라고

누나는 이 편한 것을 모르는 것 아니냐고 해서 이 꼼수에 한참 웃었다.


요즘은 K드라마 덕분에 한글의 듣기와 말하기는 엄청난 발전을 했는데

어려운 쓰기는 이런 기능이 아이들에게 자유를 만들어 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곰띠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