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이참에 적게 쓰는 습관을...

미국에서

by seungmom

필요한 모든 것이 매장에서 사라졌다.

내가 미국에 와서 배터리가 나간 차를 정비하고

물건을 사러 나간 것이 2월 말이었는데

그땐 물건이 넘쳤지만 집에 사다 놔둘 곳도 없으니 하면서

상황이 나빠진다고 계속 뉴스에 나와도 걱정이 없었다.


3월에 들어와 한주 한주의 변화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마스크가 사라지고 손세정제가 구경할 수 없게 되더니

화장지 종류가 모두 보이지 않아 겁을 먹게 만들고

이젠 빵도 달걀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엔 위생에 대한 것으로 조심하자고 용기를 냈는데

일상생활에서 주눅이 들어 쪼그라지니 가라앉기 시작했던 것이

이젠 먹는 것까지 구하기 힘든 이런 상황이 되니 불안해졌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물건이 사라지면 생존이 위태로워지는데

이래서 미국인들이 권총을 사들이는 이유였나 하는 생각에 까지

이러면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게 된다는 건데 나는 어째야 하는지

그러면서 생각이 자꾸 나쁜 쪽으로 문뜩 지구의 종말까지...


이젠 집에 있는 것을 얼마나 오래 잘 쓰느냐 하는 것인데

처음엔 비싼 것도 아니고 낭비하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뭘 더...

이런 생각에 짜증도 나고 갑갑해서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은 그저 집에서 지내게 된 것이 좋은지 들떠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먹는 것도 조금씩 먹으라고 해야 하는지

화장실 휴지도 한 칸 만이라도 줄여서 쓰라고 해야 하는지

벌꺽 벌꺽 마시는 물도 벌꺽 만 하라고 해야 하는지

내 인생에 이렇게 궁상맞아 본 적이 있었나 돌아봤는데

두 아이 학비에 쪼들려 혼자 훌쩍거린 적은 있었지만

먹을 것을 놔두고 양을 줄이라고 한 적은 없었고

생활의 자유에서는 풍요롭고 싶어서 질보단 양으로

조금 싼 화장지를 마음 놓고 쓰도록 잔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사재기 대란이 나고 조금 지났으니 나아졌을 거라고

대형 마트를 여기저기 다녀 봤는데 텅 빈 매장을 확인만 했다.

얼마나 있어야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될 건지...


이참에 아이들에게 덜 쓰면서 사는 습관을 만들어 주자고

이 아이들의 세상은 계속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니

조금씩 아끼면서 살아가면 갑자기 느껴지는 압박감은 줄지 않을까...


비싸지 않다고 마음 놓고 쓰고 살았던 것이 이젠 사치가 되고

쓰레기도 문제도 살찌는 문제도 같이 묶어 해결이 되니

평소에 너무 쫀쫀해 보일까 봐 말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모아서

조금씩 덜 쓰고 조금씩 덜 먹으면서 살아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무 적극적이다.

엄마! 하고 부르더니 화장지를 조금만 쓰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다.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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