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지구의 모습

딸아이의 감탄

by seungmom

딸아이가 바깥공기가 너무 좋다고 하더니 이젠 맛있다고 하면서

점점 맑아지는 바깥 풍경에 넋을 잃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진짜 지구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고 흥분해서 떠들더니

매일 깨끗한 공기를 마시겠다고 문을 열어놔 난 추워서 옷을 끼어 입는데

그때마다 더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인다고 이런 건 처음인 것 같다고

하늘과 맞닿은 곳이 이렇게 멀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언덕 위에 세워진 4층짜리 아파트의 4층에 살고 있다.

그래서 멀리까지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며 즐겼었는데

집에서 되도록 나가지 말라는 날부터 일주일도 안된 어느 날

하나 있는 방을 쓰는 딸아이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평소에도 하늘에 관심이 많아서 하늘 사진도 열심히 찍는데

하늘을 보려고 밖을 내다봤더니 뭔지는 모르겠는데 달라 보인다고

그러면서 코로 들어오는 공기도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엄청난 흥분으로 요란하게 방을 나와 두서없는 설명을 했다.


딸아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지구를 괴롭혔는지 알겠다고 하더니

고작 며칠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에 놀랍다고 했다.


내가 어리 적에는 이런 공기를 마시며 살았을 것 같은데

조금씩 달라지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딱히 거북하게 느끼지도 않았다.

아마도 내가 복닥거리는 도심지 한복판에 살았다면 같은 기분을 느꼈을까

딸아이는 10년을 넘게 산 아래에 있는 이 대학에 다니며 그 주변에 살아서

도심지 중앙보단 훨씬 공기는 좋았는데 그래도 지금과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딸아이가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국식으로 튀긴 닭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

아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그러자고 하면서 메뉴를 골랐다.

난 바이러스에 걱정이 되면서도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 청소기를 돌리자고

계속 아이들과 있으면서 멍하게 늘어놓고 살았던 집안을 치워보려고

그저 주문한 것을 받아 오는 것이지만 나가라고 등을 떠밀 수는 없어

운전하면서 속도를 확인하라고 마스크는 가지고 가는지 확인시켰다.


평소 같으면 막히지 않는 시간대여도 다녀오는데 거의 한 시간 반이상이니까

아이들이 떠나고 한 시간은 있다 오겠지 하면서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돌리는 청소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빨리 마치려고 애를 쓰면서

청소기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바닥을 쳐다보면서 허리를 많이 구부렸는지

갑자기 다른 동작을 하려고 생각 없이 허리를 폈더니 허리가 삐끗했다.

결국 아이들은 50분 만에 집에 와서 내 허리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여 줬는데

이렇게 엄청나게 빨리 다녀온 것에 다녀온 아이들도 놀랬다면서

프리웨이 405번을 타고 10번으로 갈아타서 코리아 타운으로 가서는

매번 돌아올 때는 405번으로 갈아타기가 힘들어 10번에서 로컬로 내렸는데

몇 년 만에 10번에서 405번으로 갈아타서 집 근처에서 로컬로 내렸다고 하면서

차가 얼마나 없는지 새해 명절보다 3일 연휴보다 널널했다고 한다.


셋이서 닭고기를 뜯으면서 역시 매장에서 바로 먹었던 것이 더 좋았다고

그래도 이렇게 사다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며

엄청난 속도로 두 상자를 해 치우고 나니 딸아이는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차에서 보이는 풍경도 달랐다고 달리는 차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딸은 자신이 봤던 이 신비로운 것을 온몸으로 이야기하는데...


바이러스 19로 안 좋은 상황이 되어 모든 것이 답답하게 무겁게 보였는데

이 상황이어서 지구는 조금씩 숨을 제대로 쉬고 치유가 되는 것 같아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딸아이는 매일 상쾌하게 문을 열어 맑다 못해 달달해진 공기를 마시며

겸사겸사 눈도 호강을 누리려는지 넋을 놓고 구경을 하고 있다.

그 모습에 처음엔 다행이라고 어딜 가지 않아도 이런 걸 누리는 구나 했는데

며칠이 지나니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

내 딸도 이 지구도 다시 고달파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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